[사설]남북관계의 변화 기류

  • 입력 1998년 6월 12일 19시 12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미국방문에 때맞춰 남북한관계에 상당한 변화기류가 일고 있다. 한미 양국은 이번 워싱턴 정상회담을 통해 4자회담과 남북대화를 상호 보완, 병행 추진하면서 한국이 남북관계의 주도적 역할을 하기로 합의했다. 그동안 혼선을 빚어온 양국간의 대북(對北)공조체제가 새롭게 정비된 셈이다.

이와 함께 지난 7년 동안 중단됐던 북한과의 군사접촉이 장성급 회담형태로 재개되고 정주영(鄭周永)현대 명예회장도 16일 판문점을 통해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다.

김대통령과 클린턴미국대통령의 ‘워싱턴합의’는 남북관계의 개선이 북―미(北―美)관계 개선의 전제임을 확인하고 이를 북한측에 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북한은 지금까지 북―미관계 개선에만 신경을 집중하며 남북한관계를 그 수단으로 이용했고 미국 또한 북한의 그같은 전략에 영향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제는 남북한 관계개선이 북―미관계 개선의 선행조건이 됐다는 사실을 북한은 명심해야 한다.

북한이 줄곧 요구해 온 미국의 대북제재조치 해제를 위해 평양당국이 선택해야 할 길은 분명해졌다. 한국은 정경분리 상호주의 등 대북정책의 기본틀을 마련해 놓고 적극적인 화해 대화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김대통령은 이번 방미(訪美)에서 북한이 성의를 보인다면 미국의 대북 제재조치 해제를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는 뜻까지 밝혔다. 한마디로 문은 북한을 향해 열려있으며 선택은 이제 북한이 할 차례인 셈이다.

다행히 최근 남북한 사이에는 일부 고무적인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정명예회장이 5백마리의 소떼를 몰고 판문점을 통해 이북의 고향을 방문하는 것은 경직된 남북한 관계 완화에 도움을 줄 상징적 사건일 뿐만 아니라 1천만 이산가족들에게 새로운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곧 열릴 예정인 판문점 장성급회담도 그렇다. 회담의 명분과 진행방식을 두고 유엔군과 북한간에 아직도 논란은 있지만 남북한간의 팽팽한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 틀림없다.

그럼에도 또다른 적대의 얼굴을 보이고 있는 것이 오늘의 북한이다. 얼마 동안 대남(對南)비방을 자제하는 듯하던 북한은 최근 김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악성 선전전을 강화하고 있다. 평양당국은 제네바 핵합의 불이행 의사를 간간이 흘리는가 하면 해마다 주장해오던 남북한과 해외동포의 8·15 판문점축전을 또 요구하고 있다.

대북접근을 항상 신중히 해야 하는 이유도 이같은 북한의 이중적인 태도때문이다. 북한은 이제 스스로를 위해서도 성실한 자세로 한반도 주변의 새 변화기류에 호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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