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자민련 「무서운 정치」발언 『으스스…』

  • 입력 1998년 1월 13일 20시 04분


“앞으로 무서운 정치가 시작될 수 있다.” 이 한마디에 의석수 1백63석인 거대야당 한나라당소속의 많은 의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말은 한나라당 일각에서 ‘김종필(金鍾泌·JP)국무총리’의 국회동의를 거부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자 일부 자민련 고위관계자들이 발끈해서 한 것에 불과하다. 더욱이 김대중(金大中·DJ)차기대통령은 정치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몇번씩 공약했다. 그런데도 여당에서 야당으로 바뀐 한나라당의 상당수 의원들이 ‘무서운 정치’의 내용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대다수 한나라당 의원들은 “어떻게 그렇게 오만방자한 말을 할 수 있는가”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자민련이 공동집권세력의 한 축이라는 점에서 ‘진의가 무엇인가’를 타진하는 눈치다. 최근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 주변에는 주로 민주계 출신인 P, K, K, S의원 등의 비리연루설이 퍼지기 시작했다. 물론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다. 이를테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P의원은 문민정부 초기에 건설회사들로부터 수많은 민원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3백억원대의 거액을 챙겼다는 식이다. 또 K의원도 특정 이권사업에 개입해 수십억원을 받았으며 사정기관에서 그 사실을 이미 파악하고 있다는 말도 떠돌고 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측은 아직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민주계 의원들 중에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선의원은 “정보공작 정치의 최대 피해자인 DJ가 그런 식으로 정치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편치 않은 표정이다. 이밖에도 최근 정가에는 정권교체가 되면서 사정기관 등에서 파악한 구 여권 의원들의 비리내사자료 등이 집권세력으로 넘어갔다는 소문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집권당이 JP총리 인준반대 등 국정운영의 어려움에 대비, ‘거대야당 길들이기’차원에서 사정기관의 자료나 제보 등을 미리 확보해 놓고 있다는 그럴듯한 설명도 덧붙여진다. 특히 집권당이 경제청문회를 개최하겠다는 것은 ‘사정정국’을 예고하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우려하는 야당인사들도 많다. 한 초선의원은 “집권세력이 ‘의원빼가기’와 같은 눈에 보이는 무리수를 두지 않으면서 거대야당을 장악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이겠느냐”고 반문했다. 즉 비리 등에 연루된 구 여당의원의 ‘발목’을 잡아 그들의 ‘입’을 막음으로써 자연스럽게 국회를 장악하려 할지도 모른다는 추측이다. 현재까지 DJ나 자민련 당 지도부는 “움직이고 흔들어서 끌어오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그래서 더욱 의아심을 갖고 있는 야당의원들이 많다. 그러나 대다수 한나라당 의원들은 “그럴수록 헤어지면 죽고 뭉치면 산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DJP 공동집권세력보다 훨씬 많은 1백63석을 갖고 있는 거대야당의 이점을 잘 활용하기만 하면 결코 여권이 무리수를 두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문제는 최근 당내에서 불거져 나오는 대선패배 책임론, 지도체제 개편, 당직경선 주장 등 ‘분열의 씨앗’을 어떻게 봉합하느냐는 것이다. 벌써부터 “여당은 마음이 맞지 않아도 함께 할 수 있지만 야당은 뜻이 조금이라도 맞아야 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래저래 거대야당인 한나라당의 전도(前途)는 3월 전당대회가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최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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