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김윤환(金潤煥)고문은 최근 당 총재경선에 출마할 생각이 있다는 뜻을 밝혔다. 물론 김고문은 “3월 전당대회에서 당 총재를 경선으로 선출한다면…”이라는 조건을 붙였다.
김고문은 사석에서 이회창(李會昌)명예총재를 다시 총재로 밀 것이라는 당내 일각의 관측도 일축했다. “대통령 후보와 당권은 엄연히 다르지 않나…”라며. 그는 “나를 자꾸 (이명예총재와) 연관짓지 말라. 무슨 상관이 있나”라고도 했다는 전언이다.
그러면서도 김고문은 “합당 약속에 따라 조순(趙淳)총재의 지위는 존중돼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이 몇마디 말만으로는 그가 과연 총재를 경선으로 선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그럴 경우 경선에 나설 것인지조차 불확실하다.
그러나 김고문의 화법을 아는 사람은 “허주(虛舟·김윤환고문의 아호)가 당권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구나”라고 금방 알아챌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당내 최대계보를 거느린 그가 당권에 의욕을 보이고 있는 것과 당내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경선 주장사이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김고문은 현실정치의 흐름, 권력의 이동을 가장 빨리 포착하는 사람중의 하나로 꼽힌다. 그래선지 두번이나 ‘대통령 만들기’에 성공한 그에게는 ‘킹메이커’라는 별칭이 따라 다닌다.
하지만 세번째 ‘대통령 만들기’에 실패한 뒤 그는 이른바 ‘가이진김(假李眞金·이회창명예총재는 가짜고 김윤환고문이 진짜 실세)’구도를 깨고 전면에 나설 시점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을지 모른다.
연초에 김고문은 측근들에게 “한나라당이 허주당이지 누구 당이냐”며 은근히 속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주식회사 한나라당의 최대주주’인 그가 현재의 당지도부 체제를 깨는 쪽으로 선회한 징후는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그의 측근들도 “당을 하루빨리 실세화해야 한다”면서 “김고문을 빼고 당을 떠맡을 사람이 누가 있느냐”고 말하고 있다.
당내의 경선제 주장 등을 활용해 서서히 군불을 때는 것 자체가 ‘허주식 정치의 전형(典型)’에 해당한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최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