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IMF에 210억달러 年內지원 요청

  • 입력 1997년 12월 11일 19시 59분


국내에 미국 달러화가 바짝 말라가고 있다. 환율폭등과 외환위기 수준을 넘어 심지어 「모라토리엄(국가채무지불정지)」을 선언해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외환시장 등에 감돌고 있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천정부지로 뛰어 달러당 1천7백원을 넘었는데도 시장에 달러를 파는 곳이 없다. 한국은행은 외환보유고에서 하루 3억∼10억달러를 긴급수요처에 배급하는 이외엔 속수무책이다. 연말까지 정부와 금융기관 및 민간기업들이 갚아야 할 외채는 2백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추산되고 있지만 연내에 빌려올 달러로는 턱없이 모자란다. 이에 따라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은 11일 국제통화기금(IMF)측에 「현재의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은 비정상적 수준」이라며 IMF가 자체 자금으로 2000년까지 단계적으로 지원키로 한 2백10억달러를 올해안에 지원해주도록 요청키로 했다. 그러나 IMF측은 국내 정치권의 재협상 요구 움직임 등에 자극받아 우리나라에 대한 불신감을 강하게 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10월 말 3백5억달러였던 공식 외환보유고는 IMF와의 협상 막바지였던 지난 2일 2백39억달러로 줄었다. 그나마 IMF의 지적대로 국내금융기관 해외지점 등에 빌려준 1백79억달러를 빼면 가용(可用)외환보유고는 60억달러 뿐. IMF자금이 들어오면서 11일 현재 외환보유고는 2백6억달러, 가용 외환규모는 1백억달러선이라고 재경원은 밝혔다. IMF자금은 지난 5일 55억달러가 들어왔고 대통령선거일인 오는 18일 35억달러가 들어오게 돼 있다. 한은은 최근 외국은행 국내지점들로부터 환차손을 안보게 하는 조건으로 10억달러를 조달했다. 각각 1백억달러와 40억달러의 긴급자금 지원을 약속한 세계은행(IBRD)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연내에 각각 20억달러씩을 주기로 했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은 연내에 76억달러를 보내주겠다고 했으나 아직 실행하지 않고 있다. 외국금융기관들은 한국 금융기관들을 믿지 못해 만기가 된 빚을 갚으라고 요구할 뿐 연장조치를 해주는 곳은 유럽계 몇몇 은행을 제외하면 전무한 실정이다. IMF 1차 지원이후 환율과 금리가 폭등하고 주가가 하락하는 금융시장 불안이 가중되자 외국 금융기관들은 국내 기업 및 금융기관이 빌린 돈의 만기를 연장하기는커녕 회수에 나선 것. 이런 판국에 연말까지 빚독촉을 받고 있는 규모는 2백억달러를 웃돈다. 보유중인 달러를 다 쏟아붓는다고 해도 막지 못해 「국가부도」에 처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앞으로 1년안에 갚아야 할 단기외채 총액은 1천억달러를 넘고 있다. 만일 모라토리엄 상태에 빠지면 우리는 해외차입이 전면중단되며 나머지 IMF 지원금도 들어오지 않게 된다. 수출도 중단되며 국내 기업이나 은행의 해외지사망도 모두 폐쇄된다. 무엇보다도 큰 문제는 한국이 언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점.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외국에서 돈을 빌려올 수밖에 없다. 금융계에서는 『누구든 달러를 구해오는 사람이 애국자』라며 『우선 IMF합의를 이행하겠다는 자세를 국제사회에 알리고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국내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희상·백우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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