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밤 MBC주최 대통령후보 초청토론회에 나온 자민련 김종필(金鍾泌·JP)총재는 「답변시간 무제한」방식을 십분 활용, 예봉을 피해 나갔다. 또 토론자들의 말허리를 자르고 대답을 하는 등 전에 없던 「공격성」을 내보이기도 했다.
김총재는 『단일화가 초읽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첫 질문에 『아직 그렇게 진척되지 않았다. 며칠 더 기다려야 한다』며 『국민회의는 대통령제, 우리당은 내각제로 이견이 많다』고 양당의 입장차를 강조했다.
그는 한 토론자가 공동집권을 하면 「대통령 김대중, 총리 김종필」이 될 것으로 예상하자 『왜 꼭 동독이 서독에 흡수당하는 식으로만 보느냐. 반대가 될 수도 있다』며 반박했다. 그는 『개헌이 되면 수상이나 총리를 할 생각이냐』는 질문에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당내 박준규(朴浚圭)최고고문의 「김대중총재 지지발언」에 대해서는 『정치적 행보를 같이 하겠다고 한 사람이 맘대로 하는 것은 도의면에서 옳지 못하다』며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김대중총재와의 차별성 부각에 애를 쓰기도 했다. 『한평생 나는 항상 오른쪽에서 싸웠다』며 「진짜보수」를 강조했고 김대중총재의 「집권 1년내 남북문제 해결」 발언에 대해서는 『상대가 있는 만큼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총재는 토론자들이 내각제의 폐단, JP의 「과거사」 등을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지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논의의 초점에서 벗어난 장황한 설명으로 맞섰다. 사회자까지 나서 짧은 답변을 요구했지만 그는 『판단은 국민이 하는 것』이라며 「막무가내」의 모습을 보였다.
그는 특히 자신의 발언에 대해 토론자들이 반대논리를 제시하자 『그렇게 안보는 건 안보는 것이고 우리는 그렇게 본다』며 이날 자리가 「토론회」라는 사실을 잠시 잊은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