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대표『「정책」으로 「병역불씨」끈다』

  • 입력 1997년 8월 15일 20시 22분


신한국당 李會昌(이회창)대표위원의 한 핵심측근은 최근 이대표 아들의 병역문제로 지지율이 급락하자 『(지지율을)올릴 묘방이 있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14일 이대표가 기아문제 해결에 발벗고 나서자 『이제 시작이다. 기아말고도 한 열개 이상 준비해 놓고 있다』고 밝혔다. 이대표측은 병역문제로 꺾인 지지율을 「정책」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을 세워 놓은 지 오래다. 병역문제에 대해 마땅한 대응카드를 찾지 못한데다 일거에 국면을 전환시킬 정치적 이슈도 없는 만큼 정책을 통해 차근차근 실점을 만회하겠다는 전략이다. 정책 개입은 여당후보만이 누릴 수 있는 프리미엄이다. 이런 판단에 따라 徐相穆(서상목)의원과 陳永(진영)정책특보를 중심으로 「정책 행보」를 준비해왔고, 이대표는 14일 「기아 보따리」를 풀게 된 것이다. 이대표측이 기아문제를 맨 먼저 들고 나온 것은 물론 여기에 쏠린 국민적 관심 때문이다. 또 이 문제가 대선에 임박해 불거질 경우 여당후보에게 쏠릴 부담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대표측은 사전에 기아해법에 대한 여론조사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삼성그룹의 기아인수설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파악했다. 여기다 이대표가 삼성과 특수관계에 있다는 항간의 의혹도 불식시킬 겸 「기아 자구노력 지원, 삼자인수 반대」로 방향을 잡았다. 이대표측이 구상하는 「2탄」은 경부고속철도부실 대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이대표는 지난 13일 경부고속철도 공사현장을 「사전답사」했다. 이외에도 중소기업 및 농촌 문제, 경제 구조조정 등 다양한 카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표가 다음주에 경남지역 농업경영인대회에 참석하고 창원공단 및 지하철공사 현장을 방문하는 것도 맥락을 같이한다. 하지만 이대표의 정책 개입에 곱지 않은 시선도 적지 않다. 당내에서는 『어수선한 당내 상황도 정비하지 않은 채 밖으로 돈다』는 말이 나온다. 『전반적인 사회수준이 올라간 마당에 정책 개입을 통해 지지율을 올리려는 것은 구태의연한 발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책문제인 만큼 당정조율도 숙제가 아닐 수 없다. 당장 이대표의 기아문제 개입에 대해 청와대 金仁浩(김인호)경제수석은 『경제논리로 풀어야 할 문제를 정치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사태를 점점 어렵게 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의원은 『그동안 기아경영진이 경제적 논리가 아니라 정치적 접근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를 가진 데 대해 정부와 채권은행단이 불만을 갖고 있었다』며 『이대표는 경제논리로 사태를 풀기 위해 중재에 나선 것』이라고 반박한다. 이대표측에서는 『얼마간의 당정갈등은 이대표의 이미지 제고에 양념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박제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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