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黃長燁(황장엽)씨의 기자회견은 그의 발언내용에 따라 남북관계에 적지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황씨가 金正日(김정일)을 크게 자극할 만한 폭로나 비난을 할 경우 북한이 4자회담 예비회담 합의와 대북(對北)식량지원 등으로 가까스로 해빙국면을 맞고 있는 남북관계를 되돌리려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도 그동안 황씨가 김정일을 비방하는 회견을 할 경우 이를 노골적인 선전포고로 받아들여 반드시 보복하겠다고 협박해 왔다. 또한 미국이 한국에 황씨 회견을 내달 5일로 예정된 4자회담 예비회담 이후로 연기할것을 요청한 이유도 이같은 점을 고려한 때문이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황씨는 이날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체제에 대한 일정수준의 비판을 하면서도 김정일에 대한 인신공격성 발언은 삼갔다.
황씨는 회견에 앞서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을 통해 『북한의 정치체제는 철두철미한 수령의 독재체제이며 정권도 당도 군대도, 심지어 민족도 국가도 수령의 것으로 불린다』고 체제비판을 시도했다.
하지만 회견에서는 『김정일체제를 반대하고 그의 대남정책을 반대하고 그의 그릇된 사상을 반대하는 것이지 김정일의 개인생활이나 성격에는 흥미가 없다』는 말로 김정일 개인에 대한 비판을 비켜갔다.
따라서 이날 황씨의 회견이 향후 남북관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북한이 예상보다 약했던 회견을 트집잡아 받을 식량을 포기하면서까지 남북관계를 악화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북한은 관영언론과 정당 사회단체 등을 동원, 일과성으로 회견을 맹비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