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의 李壽成(이수성)고문이 28일 李會昌(이회창)대표와 金潤煥(김윤환)고문간의 연대를 「수구연합」이라고 강력히 비난하면서 『「21세기 국민연합」을 구축하기 위해 여러 사람들과 연대해나갈 것』이라고 밝히자 당안팎에서는 그 배경을 둘러싸고 여러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고문은 이날 오전 여의도 동우국제빌딩에서 경선사무실 개소식을 가진 뒤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수구연합은 줄세우기와 대세론을 주장하고 살생부(殺生簿)를 유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의원들이 이대표를 제외한 다른 주자에게는 추천서조차 써주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수구연합을 사실상 주도하는 사람은 뒤에 숨어서 수렴청정을 하고 있다』고 김고문을 겨냥하면서 『그같은 사람에게 의지해 집권하겠다는 「멋대로 정치인」이 있다』며 수구연합의 본질은 「가이진김(假李眞金)」 「가법진권(假法眞權)」체제라고 표현했다.
이같은 이고문의 발언에 대해 당내에서는 29일부터 2박3일간 예정된 자신의 대구 경북지방 순회방문을 앞두고 던진 일종의 승부수로 풀이한다. 이고문은 최근 언론기관의 여론조사에서 자신의 고향인 대구 경북지역에서조차 지지도가 이대표보다 낮게 나오자 무척 실망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고문측은 김고문측의 방해공작으로 그같은 결과가 초래됐다고 보고 김고문을 집중 공격하자는 쪽으로 전략을 세운 것 같다. 즉 대구 경북지역 대의원들에 대해 「나와 김고문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초강경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그러나 당안팎의 관심은 이고문이 이날 수구연합에 맞서는 「21세기 국민연합」을 구축하겠다고 말한 대목에 쏠리는 분위기다. 이고문은 또 간담회에서 「이대표가 경선에서 승리하면 승복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마음으로는 승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대목과 관련, 이고문의 한 측근은 『만약 이대표가 여당 후보가 된다면 이번 대선이 영남후보 부재상태에서 치러지게 되는데 그런 구도를 상상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는 다시 말해 이고문의 당내 입지가 여의치 않을 경우 당내 일부세력 및 당 바깥의 정치세력들과 연대, 독자 출마하는 방안도 고려중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이같은 카드 자체가 경선전략일 수도 있지만 자민련 金鍾泌(김종필)총재와의 골프회동, 집권후 2년내 권력구조 개편의사 표명, 「탈당하고 싶은 심정」이라는 발언과 이고문에 대한 자민련의 손짓 등 여러 상황들을 감안할 때 그런 차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윤정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