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포기한 이홍구고문 『지금은 때가 아닌듯…』

  • 입력 1997년 6월 18일 20시 07분


신한국당의 李洪九(이홍구)고문은 18일 자신이 직접 쓴 경선포기 선언문을 읽어 내려가면서 『그동안 저에게 믿음을 주신 국민여러분께 감사드리며…』라는 마지막 대목에서 목이 메는 듯했다. 이고문은 그러나 긴 고뇌끝에 내린 단안인 듯 기자회견에 이어 기자단과 오찬을 함께 하는 자리에서 평소 지론인 권력분산론과 당의 단합을 힘주어 역설했다. 지난 3월12일 대통령후보 경선고지를 향해 첫걸음을 내디딘지 3개월여만에 이고문이 중도 하차한 배경은 『지금은 이홍구를 꼭 필요로 하는 시간이 아닌 것 같습니다』라는 경선포기 선언문의 짤막한 글귀에 함축돼 있다. 그는 경선도전 선언 이후 권력집중의 폐해를 지적하며 권력분산론을 체계화했고 통일 경제회생 과학기술 여성문제 등에 대한 정책대안 제시에 주력하는 등 「새로운 정치문화」를 주창해 왔다. 이고문은 통일과 경제전문가로서의 이미지를 확산시켜 나가면 초반의 낮은 지지율을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결과는 그의 표현대로 상당히 실망스런 수준이었고 전망도 어두웠다. 이고문은 최근 며칠 동안 『마음을 비웠다』는 말을 자주 했다. 또 참모진들은 물론 평소 가깝게 지낸 지인들과 자신의 행로를 놓고 심각한 토론을 벌였는데 참모진들은 『아직 변수가 많으니 섣불리 결정을 내리지 말라』고 진언했으나 지인들은 대체로 『포기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는 것. 두 의견사이에서 고민하던 이고문은 지난 17일 밤, 최종결심을 내리고 측근들에게 기자회견 준비를 시켰다는 후문이다. 다음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내용. ―경선주자중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보는가. 특정후보를 지지할 의사가 있는가. 『무엇보다 당의 단합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李會昌(이회창)대표에 이어 李壽成(이수성)고문을 만날 예정이라는데…. 『이대표를 만나 당의 단합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金德龍(김덕룡)의원과도 같은 취지로 만날 것이고 이고문과도 만나 단합을 강조할 것이다』 ―「지금은 아닌 것 같다」는 말은 다음 경선을 염두에 둔 것인가. 『그 말을 차차기를 고려한 것이라고 해석하지는 말아 달라. 단지 해야 할 일이있으면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이다』 ―현 정치풍토에 대해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정치풍토에 대해 솔직히 실망스런 측면이 있다. 국민들이 정치가 이래서는 안된다고 말하면서도 막상 선택의 시간이 오면 새로운 비전과 스타일의 선거운동이 아닌 옛날로 돌아간다』 ―앞으로의 계획은…. 『당이 단합된 모습, 정책정당의 면모를 보여야 한다. 내가 할 일이 있으면 최선을 다하겠다. 개인적으로는 잘츠부르크세미나 참석, 하버드대 강연 등을 통해 세계사의 흐름을 파악해 볼 예정이다』 〈정용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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