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총재 『과감한 변신』…반공의 날 기념식 첫 참석

  • 입력 1997년 6월 15일 19시 54분


「국민회의 金大中(김대중)총재와 보수 반공단체와의 만남」. 지금까지의 상식으로는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하지만 18일 김총재는 「대한 반공청년회」가 세종문화회관에서 주최하는 제44주년 「반공(反共)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축사를 한다. 반공청년회는 한국전쟁 직후인 지난 55년 李承晩(이승만)대통령의 지시로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석방된 반공포로들이 결성한 반공우익단체. 회원들은 아직도 북한을 「북괴」라고 부를 정도로 강한 반공의식을 갖고 있다. 지난 40여년의 정치인생 중 김총재가 「반공의 날」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총재의 「사상」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온 반공단체들이 김총재를 초청할 리도 없었고 김총재가 원한다고 참석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반공청년회측이 먼저 김총재에게 초청장을 보냈다. 14일까지 행사에 참석하겠다고 밝힌 정치인은 김총재와 보수 우익의 상징성을 지닌 李哲承(이철승)씨 뿐이다.따라서 김총재의 참석은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김총재 비서실은 초청장을 받고 잠시 당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리 김총재가 「보수 중도노선」을 지향하고 있지만 반공단체 행사에 참석하면 청년층이나 재야단체 등 진보진영과 멀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총재는 참석을 결심했다. 비서실의 한 관계자는 『보수와 혁신의 대결구도가 사라진 지금 김총재가 반공단체모임에 참석한다고 이상할 것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총재는 지난해 북한의 잠수함 침투사건 때 金泳三(김영삼)대통령에게 「북한규탄 궐기대회」를 제의할 정도로 「보수층 껴안기」에 노력하고 있다. 지난 14일 「아태민주지도자회의」주최의 세미나에서도 『지금 한국은 민주주의를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나라로 50년동안 북한 공산주의자와 싸우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따라서 김총재의 행사참석에는 「깊은 뜻」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선거때마다 시달려온 「색깔시비」에서 풀려나기 위한 「이미지개선」의 하나로 이번 기회를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윤영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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