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캠퍼스의 「모의大選」

  • 입력 1997년 5월 23일 20시 15분


「갈아봤자 소용없다. 구관이 명관이다」(기호1번, 新患國黨·신환국당, 新九龍·신구룡) 「대선 4수 도전은 역사의 명령이다」(기호2번, 窮民會議黨·궁민회의당, 金大蟲·김대충) 「보수정치 혁파하고 민중의 새시대를 열어보자」(기호3번, 民獨政黨·민독정당, 嗚民衆·오민중) 대선을 7개월 가량 앞둔 23일 서울대 학생회관앞 광장에서 열린 모의대선에서 세 후보는 각각 이같은 구호를 앞세우고 한 표를 호소했다. 첫번째로 연단에 오른 신후보는 『다음 대선에 쓸 자금은 충분히 남아 있으므로 승리는 당연히 우리 것』이라는 말로 포문을 열었다. 신후보는 이어서 『경제회복을 위해서는 변함 없는 임금동결로 물가안정을 이룩하는 것이 첫째이며 허리띠 졸라매고 잠 잘 시간까지 열심히 일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외쳤다. 2백여명의 방청객들 가운데 여기저기서 야유가 터져나왔다. 기호2번 김후보는 또다시 출마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데 장시간을 할애했다. 『역사의 수레바퀴가 다시 나 김대충을 부르짖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 때 깨달았습니다. 저는 역사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었습니다』 김후보는 『일본 영국도 다 바꿨으니 우리도 선진국이 되려면 바꿔야한다』고 역설한 뒤 민독정당 오후보에게 『집권당을 바꿀 수있는 이 절호의 기회에 괜히 방해하지 말고 나를밀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방청석에선 김후보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웃음이 가득 일었다. 마지막으로 나선 오후보는 『사회 한구석에서 굶어죽는 사람이 있는데도 정치꾼들은 자신들의 배를 채우기에 급급하다』고 비난한 뒤 국보법 철폐, 안기부 해체, 보수재벌 타파 등을 공약했다. 유세가 끝난 뒤 투표가 실시됐다. 오후보가 압도적 표차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신환국당 신후보는 단 3표만을 얻어 꼴찌를 기록했다. 결과가 나오자 신후보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국민들이 뭘 몰라도 한참 몰라』를 연발했다. 〈금동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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