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아봤자 소용없다. 구관이 명관이다」(기호1번, 新患國黨·신환국당, 新九龍·신구룡)
「대선 4수 도전은 역사의 명령이다」(기호2번, 窮民會議黨·궁민회의당, 金大蟲·김대충)
「보수정치 혁파하고 민중의 새시대를 열어보자」(기호3번, 民獨政黨·민독정당, 嗚民衆·오민중)
대선을 7개월 가량 앞둔 23일 서울대 학생회관앞 광장에서 열린 모의대선에서 세 후보는 각각 이같은 구호를 앞세우고 한 표를 호소했다.
첫번째로 연단에 오른 신후보는 『다음 대선에 쓸 자금은 충분히 남아 있으므로 승리는 당연히 우리 것』이라는 말로 포문을 열었다. 신후보는 이어서 『경제회복을 위해서는 변함 없는 임금동결로 물가안정을 이룩하는 것이 첫째이며 허리띠 졸라매고 잠 잘 시간까지 열심히 일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외쳤다.
2백여명의 방청객들 가운데 여기저기서 야유가 터져나왔다.
기호2번 김후보는 또다시 출마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데 장시간을 할애했다.
『역사의 수레바퀴가 다시 나 김대충을 부르짖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 때 깨달았습니다. 저는 역사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었습니다』
김후보는 『일본 영국도 다 바꿨으니 우리도 선진국이 되려면 바꿔야한다』고 역설한 뒤 민독정당 오후보에게 『집권당을 바꿀 수있는 이 절호의 기회에 괜히 방해하지 말고 나를밀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방청석에선 김후보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웃음이 가득 일었다.
마지막으로 나선 오후보는 『사회 한구석에서 굶어죽는 사람이 있는데도 정치꾼들은 자신들의 배를 채우기에 급급하다』고 비난한 뒤 국보법 철폐, 안기부 해체, 보수재벌 타파 등을 공약했다.
유세가 끝난 뒤 투표가 실시됐다. 오후보가 압도적 표차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신환국당 신후보는 단 3표만을 얻어 꼴찌를 기록했다.
결과가 나오자 신후보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국민들이 뭘 몰라도 한참 몰라』를 연발했다.
〈금동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