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대선자금]불붙은 화약고…정치권 『초긴장』

  • 입력 1997년 4월 30일 19시 54분


92년 대선자금은 전 민자당경리부장 金載德(김재덕)씨의 말대로 「판도라의 상자」다. 현정권뿐 아니라 정치권 전체의 명운(命運)이 걸릴 정도로 엄청난 폭발력을 지닌 화약고와 다름없다. 만약 뚜껑이 열릴 경우 정국 양상이 어떻게 전개될는지 누구도 예측하기 힘들다. 지금까지 어느 누구하나 입을 열려 하지 않은 것도, 정확한 사실을 밝힌 것도 아닌데 김씨가 지난달 29일 언급한 몇마디 발언과 그동안의 언행이 정국을 초긴장상태로 몰아넣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대선자금과 관련해서는 92년 대선에 참여했던 주요 후보들 모두가 문제의 대상이 되지만 특히 당시 여당(민자당)후보였던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주된 당사자임은 물론이다. 대선자금이 공개될 경우 김대통령은 법적책임은 몰라도 정치적 도의적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김대통령은 그동안 대선자금과 관련해 「나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공언해왔다. 이 때문에 대선자금이 전면 공개되면 김대통령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안길 것이 확실하다. 또 한보사건의 「몸통」이 92년 대선자금이라는 야권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돼 현 시국혼란의 책임도 김대통령에게 귀결될 수밖에 없다. 92년 대선자금의 실체가 밝혀질 경우 김대통령은 퇴임 후에라도 당시 기업들로부터의 모금 및 「盧泰愚(노태우) 비자금」 수수문제 등 사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여권은 『어떤 일이 있어도 대선자금만은 밝힐 수 없다』고 완강하게 버티고 있는 것이다. 야권은 예상했던대로 김재덕씨의 발언을 대선자금 문제에 다시 불을 붙일 수 있는 호기로 보고 30일부터 대여(對與)총공세에 나섰다. 또 야권은 결정적인 시기에 대비해 나름대로 「비장의 카드」를 준비해놓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어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아직은 가늠하기 힘들다. 다만 야권도 김대통령이 극한에 내몰려 정치판 전체가 뒤흔들리는 상황을 원치 않고 있음은 분명하다. 이 때문에 야권도 대선국면을 보다 유리하게 조성하는 선으로 공세의 강도를 조절해나갈 가능성이 없지 않다. 〈최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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