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국 기자] 이번에 공개된 공직자재산변동신고 발표에서 한보측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여야 국회의원들과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차남 賢哲(현철)씨와의 관계로 구설수에 오른 金己燮(김기섭)안기부운영차장 등의 재산이 거의 변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들이 뇌물로 받은 거액 중 쓰고 남은 돈을 다른데로 빼돌려 은닉해놓은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한보사태와 관련, 자신을 「깃털」이라고 밝혔던 신한국당 洪仁吉(홍인길)의원은 한보로부터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 네차례에 걸쳐 모두 8억원을 수수하는 등 총 10억원을 받은 혐의가 밝혀졌는데도 이번에 오히려 재산이 2천5백70만원 줄어든 것으로 신고했다. 지난해 말의 등록재산액 4억6천8백만원도 홍의원이 받은 돈에 훨씬 못미치는 액수였다.
한보 鄭泰守(정태수)총회장으로부터 세차례에 걸쳐 2억5천만원을 받은 혐의가 있는 국민회의 權魯甲(권노갑)의원은 본인의 경우 은행채무증가 등으로 8천5백10여만원이 줄어들었으나 점포수입 및 세비저축 등으로 부인의 예금이 증가해 3천8백30여만원이 늘어난 것으로 신고했다. 역시 뇌물로 받은 돈은 재산신고에서 빠져 있다. 국회재경위원장인 신한국당 黃秉泰(황병태)의원의 경우 지난해 10월 한보로부터 2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으나 재산은 5천1백80여만원만 늘었다고 신고,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안기부 김차장은 지난해 1년간의 봉급 중 서울은행에 예금한 2천6백만원과 증자받은 현대건설주식 3주(5만8천원)가 재산증가의 전부라고 신고했다. 김차장은 부인명의의 한국투자신탁 예금이 2천5백여만원 감소했지만 그랜드산업개발 주식 6천주를 유상증자받아 3천만원이 증가했고 유상증자에 따라 받은 1천3백만원을 서울은행에 예금했다고 신고했다. 이밖에 부인이 환매조건부 채권 16만원을 매입한 것으로 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