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은 제가 대통령직을 맡은지 만 4년이되는 날입니다. 이 뜻깊은 날, 저는 참으로 괴롭고 송구스러운 마음으로 국민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4년전 저는 취임사에서 우리 모두 신한국 창조의 꿈을 안고 「변화와 개혁」에 나서자고 호소했습니다. 여러분과 더불어 한국병을 고쳐 후손들에게 자랑스러운 조국을 물려주자는 것, 그것이 저의 꿈이었습니다.
그동안 우리들이 거둔 여러가지 개혁의 성과는 전적으로 국민여러분의 인내와 성원 덕분이었습니다. 개혁의 과정에서 미흡한 점과 시행착오로 국민 여러분에게 불편과 고통을 가져다 준 적도 없지 않았습니다.
▼ 한보사태 ▼
국민 여러분. 지금 나라 전체가 「한보사건」으로 인한 충격에 휩싸여 있습니다.
지난 4년간 오직 절제와 금욕으로 한 길만을 달려온 저로서는 처절하고 참담한 심정입니다. 더욱이 이번 사건으로 국민 여러분께서 입은 마음의 상처를 어떻게 위로해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여야의 중진정치인 뿐 아니라 저의 가까이에서 일했던 사람들까지도 부정부패에 연루되었으니 국민 여러분께 고개를 들 수가 없습니다.
신한국을 만들기 위한 우리 모두의 노력이 농락당한 느낌마저 듭니다.
그러나 이유야 어떠하든 이 모든 것은 저의 부덕의 결과입니다. 대통령인 저의 책임입니다. 저는 국민 여러분의 그 어떤 질책과 비판도 겸허히 받아들이고자 합니다. 대통령으로서 이번 사건에 대하여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그동안 문민정부는 변화와 개혁의 최우선 과제를 부정부패의 척결에 두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저 자신 대통령으로서 누구보다 앞장서 잘못된 정치관행과 단절하고자 추상같이 처신해 왔습니다. 이와 함께 부패의 근원적인 예방을 위해 우리는 많은 법과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공직자 재산공개 금융실명제 정치개혁입법 등을 과감히 단행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한보사건은 아직도 부패한 정치와 정경유착의 관행이 우리사회 일각에 뿌리깊게 남아 있음을 충격적으로 보여 주었습니다. 참으로 통탄스러운 일입니다.
▼ 賢哲씨 문제 ▼
저를 더욱 괴롭고 민망하게 하는 것은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제 자식의 이름이 거명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진실여부에 앞서 그러한 소문이 돌고 있는 사실 자체가 저에게는 크게 부끄러운 일입니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과 마찬가지로 저도 아들의 허물은 곧 아비의 허물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매사에 조심하고 바르게 처신하도록 가르치지 못한 것, 저 자신의 불찰입니다. 만일 제 자식이 이번 일에 책임질 일이 있다면 당연히 응분의 사법적 책임을 지도록 할 것입니다.
또한 제가 대통령으로 있는 동안에는 일체의 사회활동을 중단하는 등 근신토록 하고 제 가까이에 두지 않음으로써 다시는 국민에게 근심을 끼쳐드리는 일이 없게 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심기일전하여 다시 취임초의 각오와 자세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 향후 과제 ▼
이제 새로운 출발선에 서서 앞으로 1년간 다음 네가지 과제의 해결에 진력하겠습니다.
첫째,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노력을 가일층 강화할 것입니다.
특히 비리와 부정의 소지 자체를 없애도록 제도를 개혁하고 보완하는 데 치중하겠습니다. 각계의 폭넓은 의견을 수렴하여 필요하다면 정치자금법과 선거법도 다시 고치겠습니다. 금융비리를 근원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금융개혁도 가속화 하겠습니다.
인사개혁도 단행하겠습니다. 깨끗하고 능력있는 인재들을 광범위하게 구하여 국정의 주요 책임을 맡기겠습니다.
둘째, 「경제살리기」에 총력을 경주하겠습니다.
지금 우리의 경제상황은 대단히 어렵습니다. 그러나 비록 일시적인 고통이 따르더라도 우리의 경제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고비용 저효율」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하겠습니다. 저는 지난해 말 이루어진 노동관계법 개정의 처리과정에서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셋째, 우리의 안보태세를 보다 강화하겠습니다.
북한의 앞날은 그 핵심인사의 망명사건이 말해주듯 불안정하기 그지 없습니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안보태세를 총점검하고 민 관 군 총력안보 체제를 재정비해 나갈 것입니다.
넷째, 금년에 실시되는 차기 대통령선거를 공정하고 엄정하게 관리하겠습니다.
특히 신한국당의 대통령 후보 선출과정이 투명하고 민주적이며 공정한 경선과정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당원들의 결정을 전적으로 존중하고 지지할 것입니다.
저는 오늘 임기 1년의 대통령직에 새로 취임하는 심경으로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저의 부족함에 대한 비판과 충언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21세기를 눈앞에 두고 우리는 세계일류국가 건설을 위한 발걸음을 한시도 멈출 수 없습니다. 아픔과 분노, 허탈과 좌절을 딛고 다시 일어섭시다. 우리 마음을 모아 새로이 출발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