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철기자] 신한국당의 차기 대통령후보선출과 관련, 여권이 도입을 검토키로 한 「예비선거제」는 현재의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 급조된 「고육책(苦肉策)」의 성격이 짙다.
여권 핵심부는 그동안 신한국당내 일각에서 예비선거제 도입주장이 제기될 때마다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의중, 즉 「김심(金心)」의 배제를 의미하는 이 제도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여왔다. 당기구인 여의도연구소에서 이 제도에 대한 보고서를 청와대에 제출하고 지난해말 신한국당의 미국대선참관단이 보고서를 통해 이 제도의 장점을 보고했을 때도 여권 핵심부의 반응은 요지부동이었다.
김대통령도 지난달초 연두기자회견에서 『신한국당 대선후보는 전당대회에서 결정될 것이며 당을 책임지고 있는 총재의 입장에서 분명한 입장을 당원과 국민들에게 전달할 것』이라고「낙점의지」를강하게내비쳤다.
그러나 여권은 지난해말 노동법 등 날치기에 이은 한보 부도사태로 현정권에 대한 신뢰가 급속히 추락한 현 시국상황에서 차기정권창출에 직접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당초 목적대로 고수하기 힘들어진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 실제로 최근 당일각에서 『김대통령의 낙점이 오히려 득표에 방해가 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예비선거제 도입을 검토키로 한 속사정이야 어떻든 이같은 여권의 구상이 정치권 전반에 미칠 영향은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정변(政變)」이 아닌 상황에서의 여권내 대선주자 선정방식으로는 새로운 「실험모델」이기 때문이다.
아직 예비선거제의 구체적인 절차와 구도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상황은 극히 유동적이다. 하지만 「김심」의 영향력이 크게 변화된 상태에서 대선주자를 결정하게 된다는 한가지만으로도 그 정치적 파장을 가늠하기 쉽지 않다.
물론 여권이 대규모 선거인단이 참여하는 대선후보 예비선거제를 도입한다고 해서 김심이 완전히 무력화된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 선거인단 구성양태와 당내 역학구도에 따라서는 김대통령의 영향력이 크든 작든 미칠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또 이른바 대선후보군(群)이 난립한 여권의 사정을 감안해도 예비선거제가 어떤 모습으로 귀결될는지 현재로서는 아무도 단언하기 힘들다.
예비선거제의 전도(前途)가 이처럼 예측불허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뜻이다. 여권이 극히 초보적인 형태로 상정하는 예비선거제의 윤곽은 일단 현재의 대의원수(5천명 규모)를 10배가량 늘리고 15개 시도지부별로 대의원대회를 통해 후보경선을 실시, 최고득표자를 후보로 결정하는 정도의 방식인 듯하다.
이러한 방식은 언뜻 간단하게 보이지만 막상 실전(實戰)의 룰을 정하려 들면 복잡한 변수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이 문제에 관한 룰을 위로부터의 「하향식」으로 정할 수 있느냐부터 난제가 아닐 수 없다. 즉 룰의 결정을 위한 논의구조를 당의 공식기구로 하느냐, 아니면 이른바 대선주자들을 어떤 형태로든 참여시키느냐 하는 문제가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아직 「결론」을 가늠풉맞 것은 성급한 일이다. 그러나 예비선거제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야권후보에 대한 우위확보와 함께 국민적 관심을 증폭시키는 긍정적 효과를 거둘 수도 있으나 그 반대의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여권의 이번 시도는 일종의 「모험」임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