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정치권 수사가 본궤도에 오르면서 여야는 10일 하룻동안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속뜻」과 이에 따른 정치적 파장을 분석하고 대응책을 모색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여야 가릴 것 없이 관심의 초점은 검찰 수사의 향배 및 이에 따른 연말 대선구도에 미치는 영향과 정계개편 가능성 등에 모아지는 분위기였다.》
「한보지진」이 정치권에 초래할 지각변동양상 가운데 가장 관심을 모으는 대목이 여권 대선구도 일각의 붕괴다. 그것도 이번 사태의 와중에서 현정권 실세그룹인 민주계의 몰락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지난달 23일 사태가 발생하자마자 이른바 「한보리스트」에 오른 민주계 대선주자는 崔炯佑(최형우)고문과 金德龍(김덕룡)의원이었다. 본인들은 물론 사태초기부터 「한보관련설」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본인들의 부인으로 일단락되기 힘들만큼 사태는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급기야 10일에는 김의원의 한보자금 수수설이 구체적으로 제기되는가 하면 최고문의 절친한 측근인 鄭在哲(정재철)전당대회의장이 검찰에 소환됐다. 검찰수사가 어떻게 끝날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혐의가 드러나지 않는다해도 두사람이 받은 정치적 타격은 쉽게 회복되기 힘들어 보인다.
그러나 여권이 안게된 더욱 본질적 문제는 최고문과 김의원 개인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한보연루의혹이 제기되는 인사들이 대부분 민주계이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민주계 정권재창출」 구상은 이제 거의 「물건너 간 일」이라는 게 신한국당내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한보사태가 진행되면서 李洪九(이홍구)대표 李會昌(이회창) 朴燦鍾(박찬종)고문 등 영입파는 물론 李壽成(이수성)국무총리 카드의 급부상 분위기도 물론 이같은 당내 분위기의 소산이다. 갈수록 이들이 당내 기성정치인 군(群)보다 비교우위에 서는 양상은 이미 신한국당내에서 사실상 공론화되고 있는 단계다.
뿐만 아니다. 후보개인의 출신계파를 넘어 대선전(大選戰)에서의 주도권을 누가 장악하느냐의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이에 따라 정치권의 구조적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의 귀결이 지니는 정치적 의미는 간단치 않다.
더 나아가 민주계의 입지약화가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권력누수현상의 조기화는 물론 대선후보 경선에서의 영향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앞으로 눈여겨 보아야 할 대목중 하나다.
〈林彩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