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사 한시석방/현지표정]석방 확인 직원들 환호

  • 입력 1996년 12월 21일 19시 51분


페루 주재 한국대사관 직원들은 20일 오후 7시22분(현지시간) TV를 통해 일본대사관저에서 석방된 사람들 중에 李元永(이원영)대사의 모습이 보이자 일제히 환호, 축제분위기였다. 한편 인질들이 석방된 일본대사관저 앞 토머스 에디슨가는 경찰저지선 밖에 각국의 기자 수백명이 겹겹이 진을 치고 있어 세계의 비상한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이대사는 풀려난 직후 함께 석방된 일행과 같이 움직이는 바람에 우리 대사관 직원들조차 한때 이대사의 행방을 몰라 서울에서 걸려오는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축하전화를 연결시키지 못해 애를 태우기도. 이대사는 마중나온 대사관 직원과 잠시 귀엣말을 주고 받은 뒤 기자에게 다가와 『걱정해 줘서 고맙다』며 『피로한 상태지만 건강에는 이상없다』고 인사말을 건네기도. ○…이대사는 석방된 브라질 대사 등과 함께 앰뷸런스를 타고 병원으로 가 간단한 건강진단을 받았는데 담당의사는 이들이 다소 쇠약한 상태지만 혈압 등 기초적인 건강상태는 나쁘지 않은 것으로 진단. 병원을 나선 이들 협상중재자 5명은 브라질 대사관저에서 대책회의를 갖기로 하고 브라질측이 제공한 지프형 승합차에 타고 20여분 거리에 있는 관저에 도착, TV기자들의 모습이 보이자 뒷문을 통해 관저 안으로 들어갔다. ○…미리 연락을 받은 이대사의 부인 趙晟實(조성실·54)씨는 아들과 함께 브라질 대사관저에 도착, 밝은 표정으로 정문을 들어서다가 기자를 만나자 당황하는 모습. 조씨는 『여기는 남의 집인데 어떻게 한국기자가…』라며 망설이다가 『말할 수 없이 기쁘다. 건강이 염려됐는데 보내달라던 약을 넣기도 전에 풀려나 정말 기쁘다』고 말한 뒤 관저로 들어가기도. ○…감색 싱글양복에 넥타이를 매지 않은 차림의 이대사는 브라질 대사관저 안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던 기자를 보자 여유있는 표정으로 다가와 『브라질 기자도 못들어오는 곳에 들어온 것을 보면 한국기자가 더 센 모양』이라며 웃는 얼굴로 악수를 청한 후 소감을 묻자 『국민 여러분과 정부에 걱정을 끼쳐드리지 않게 되어 기쁘다』고 대답. 이대사는 이어 『크게 고통스러운 것은 없었지만 불안한 생각이 늘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며 『신경쓸 일이 많아 피로한 상태』라고 설명. 협상중재자로서 다시 일본대사관에 들어갈 것인지 묻자 그는 『이제부터 협상중재자로 풀려난 외교관들과 회의를 해봐야 알 것』이라며 『그러나 전례를 볼때 잘되지 않겠느냐』고 반문. ○…이대사가 풀려나게 된 이유에 대해 현지 TV들은 그가 스페인어를 유창하게 하고 대화매너가 좋아 게릴라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으며 한국이 최근 국빈방문 등을 통해 페루정부와 가까워져 페루정부에 대한 영향력이 있을 것으로 판단돼 협상용 석방대상으로 선정됐을 것이라고 분석. 이대사는 브라질 대사관저에서 회의를 마친 후 한국대사관저에서 기다리던 수백명의 교민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고 감사하다는 인사말을 되풀이하며 감격한 모습. 〈리마〓李圭敏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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