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영사 피살발표 파장]韓-러 이번에 「독극물 갈등」

  • 입력 1996년 12월 6일 19시 57분


「方炯南기자」 한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삐걱거린다. 러시아정부가 블라디보스토크주재 崔德根(최덕근)영사 피살사건의 수사결과를 밝히지 않는 저변에도 한―러관계의 이상기류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이런 기류는 뿌리를 갖고 있다. 지난 5월 모스크바를 방문한 孔魯明(공노명)당시 외무장관은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공씨는 현직 외무장관이었을 뿐만 아니라 모스크바주재 초대 한국대사이기도 했으나 옐친대통령은 그를 만나주지 않았다. 당시 러시아 정부는 한국정부의 대(對)러시아외교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특히 그보다 한달전인 지난4월 韓美(한미)정상이 공동으로 4자회담을 제의하면서 러시아를 배제한데 대한 불만이 컸다. 그후에도 한―러관계는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 한국정부는 4자회담을 실현하기 위해 활발히 움직이면서도 러시아측에는 적절한 설명을 하지 않아 러시아측이 한국정부에 여러차례 불평하기도 했다. 柳宗夏(유종하)외무장관이 취임한 이후에도 주변 4강 가운데 러시아를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는 편이다. 지난달 필리핀 마닐라에서의 아태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 기간중에도 한국은 미국 중국 일본과 연쇄 정상회담 및 외무장관회담을 갖는 등 3강 중시의 태도를 보였다. 러시아가 APEC회원국은 아니지만 러시아를 제외한 3강과의 이런 연쇄회담을 러시아가 유쾌하게 바라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유장관은 1주일 뒤인 지난 3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러시아외무장관을 잠깐 만났다. 그러나 두 장관은 양국의 당면 현안인 최영사 피살사건에 대해 그동안 외교경로를 통해 교환했던 「조속한 해결 촉구」(유장관)「최선을 다하고 있다」(프리마코프장관)는 것 이상의 협의를 하지 못했다. 한국이 최영사의 시신에서 독극물을 검출, 이를 독자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조용히」 러시아에 통보했음에도 러시아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만약 독극물이 나오지 않았다면 러시아는 어떻게 했을 것인가. 이런 기류는 최근의 한국외교에 새로운 과제로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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