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영사 독살발표 안팎]北-러관계로 미뤄지다 日서 보도

  • 입력 1996년 12월 5일 20시 12분


「方炯南기자」 지난 10월1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살해된 崔德根(최덕근)영사의 시체에서 독극물이 검출됐다는 사실이 일본언론에 먼저 보도된 것은 이 사건의 정치외교적 배경 때문이다. 정부는 살해사건발생 5일뒤인 10월5일 서울로 운구된 최영사의 시신을 부검, 범인을 추정할 수 있는 단서인 독극물을 찾아냈으며 그 결과를 즉각 러시아에 전달했다. 그러나 정부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고려, 한국언론에는 보도자제를 요청했고 언론들도 이를 받아들였다. 당시 정부는 러시아도 독자적으로 부검을 했기 때문에 독극물 발견사실을 러시아가 발표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정부의 이같은 태도는 최영사가 담당했던 업무의 성격 등으로 범인이 북한인일 것이라고 거의 지목하고 있는 한국의 여론과 러시아의 입장을 의식한 것이었다. 독극물 검출사실을 발표, 범인이 북한인이 틀림없다는 기류를 만들어 북한과의 관계 때문에 고심하는 러시아를 더욱 어렵게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배려한 것이었다. 그러나 한국정부의 이같은 성의에도 불구, 러시아는 사건발생 두달이 지나도록 부검결과는 물론 수사결과도 발표하지 않은 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3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있은 柳宗夏(유종하)외무장관과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회담에서도 한국측의 조속한 사건해결 촉구에 대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식의 답변만을 거듭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독극물 검출사실이 일본언론에 보도되자 외무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러시아가 적어도 북한인 연루사실을 확인한 뒤 북한과의 관계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는 가설(假說)이 더욱 굳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