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일가족 17명 탈출…홍콩서 한국망명 절차 밟는 중

  • 입력 1996년 12월 5일 07시 51분


【홍콩〓鄭東祐특파원】 북한의 일가족 17명이 최근 홍콩으로 탈출하는데 성공, 한국으로 망명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4일 홍콩정청의 이민국에 따르면 북한주민 김경호(68·함북 회령시 남문리) 최영실씨(58)부부와 이들의 아들 딸 사위 며느리 조카 손자와 손녀를 포함한 성인 남자 7명 성인여자 5명 어린이 5명 등 모두 17명이 지난달 24일 새벽 홍콩으로 탈출, 현재 상수(上水)난민수용소에 수용돼 있다. 홍콩당국은 이중 성인들은 회령시 공업지구에 소속된 공장노동자들이라고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최근 북한에서 식량난이 심각해지고 당국의 주민에 대한 통제력이 약해지면서 일가족 단위의 집단탈출을 시도하는 가족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 이에 따라 두만강이 얼어 탈출이 더 용이한 이번 겨울에 북한 주민의 대규모 탈출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김씨의 차남 김금철씨(36) 등이 홍콩 이민국에 진술한 바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10월16일 오전 2시경 집을 나서 2시간만에 두만강변에 도착, 오전 4시경 북한 경비병의 눈을 피해 두만강을 넘었다는 것. 당시 그 지역의 두만강은 강물이 많이 줄어 깊은 곳이 어른 복부까지 오는 정도여서 탈출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한다. 두만강을 넘은 이들은 지체없이 길림성 용정까지 간 뒤 바로 홍콩을 최종 목적지로 해 남쪽으로 이동을 계속했다. 이들은 심양 북경 광주 심천을 거쳐 홍콩에 이르는 한달동안 농번기의 중국 농가에서 일손을 도와주고 숙식을 해결했으며 도중에 알게 된 조선족 등에게 품을 팔아 차비를 조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홍콩당국에서의 진술을 통해 『북한의 식량사정이 더이상 견딜 수 없을 정도이기 때문에 올겨울 두만강이 얼면 엄청난 수의 주민들이 집단으로 탈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15일에는 북한 청년 전학철씨(23·함북 김책시 수산협동구역)가 홍콩으로 탈출, 한국행을 희망하며 이들과 같은 수용소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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