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트럼프 겨냥 “민주주의 폭정 전락 위험”

  • 동아일보

트럼프의 맹비난 이틀뒤 메시지 내
“민주주의, 도덕적 가치 토대 없으면 엘리트 지배 정당화하는 허울일뿐”
밴스 “교황 신학적 발언 신중히” 가세

레오 14세 교황이 14일(현지 시간) 북아프리카 알제리의 안나바 대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하며 복음서를 들고 있다. 전쟁 반대를 외치는 교황은 이란 전쟁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내내 대립하고 있다. 안나바=AP 뉴시스
레오 14세 교황이 14일(현지 시간) 북아프리카 알제리의 안나바 대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하며 복음서를 들고 있다. 전쟁 반대를 외치는 교황은 이란 전쟁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내내 대립하고 있다. 안나바=AP 뉴시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을 놓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공개 설전을 벌이고 있는 레오 14세 교황이 14일(현지 시간) “민주주의는 도덕적 가치에 뿌리를 둘 때만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토대가 없으면 민주주의는 다수의 폭정이나 경제·기술 엘리트의 지배를 정당화하는 허울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했다. 미국이나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지칭하진 않았지만, 이번 전쟁 등에서 나타난 트럼프 행정부의 권력 남용을 비판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2일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을 통해 교황을 맹비난한 뒤인 14일 교황청은 레오 14세의 이 같은 메시지를 발표했다. 이날 메시지에서 교황은 “권력 그 자체는 목적이 되면 안 된다는 게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이라며 “권력은 공동선을 향한 수단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절제는 정당한 권위 사용의 필수”라며 “진정한 절제는 과도한 자기 예찬을 통제하고, 권력 남용을 막는 울타리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역사상 첫 미국인 교황인 레오 14세는 즉위 직후부터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 등에 비판적인 시각을 보여 왔다. 그는 10일엔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해 “하느님은 어떤 전쟁도 축복하지 않으며, 그런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는다”고 했다. 앞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예수의 이름으로 더 효과적인 전쟁을 기도한 데 따른 반박이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교황의 설전은 급기야 가톨릭 신자인 J D 밴스 미 부통령의 개입으로도 이어졌다. 밴스 부통령은 이날 조지아주에서 열린 보수단체 ‘터닝포인트USA’ 행사에서 “미국 부통령이 공공정책에 대해 발언할 때 신중해야 하듯 교황도 신학적 문제를 언급할 때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와 교황의 갈등이 결국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가톨릭 교인들의 지지가 크게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레오 14세는 첫 미국인 출신 교황인 데다 개혁 성향의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보다 전통을 중시해 미국 보수층으로부터 인기가 높다.

한편 지속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교황 비판에 대해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멜로니 총리는 14일 취재진에게 “정치 지도자의 말에 따라 종교 지도자가 행동하는 사회는 매우 불편할 것”이라며 “교황에게 연대를 표한다”고 밝혔다. 보수 성향인 멜로니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유럽 정상으로 통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교황의 갈등이 불거진 뒤에는 줄곧 교황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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