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일본 교토 도시샤대에서 열린 윤동주 시인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에서 윤 시인의 장조카 윤인석 성균관대 명예교수(왼쪽)가 고하라 가쓰히로 도시샤대 총장에게 학위기를 받으며 악수하고 있다. 교토=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윤동주는 한일 우호 관계의 상징입니다. 당신은 한국과 일본 사이에 서서 적대감의 벽을 허물고 화해의 길로 인도했습니다.”
윤동주 시인(1917∼1945)의 서거 80주기를 맞이한 16일, 그의 모교인 일본 교토 도시샤(同志社)대에서 명예 문화박사 학위를 증정하는 수여식이 열렸다. 올해로 창립 150년을 맞이하는 도시샤대에서 고인에게 명예박사를 수여한 건 처음이다. 명예박사 수여식에는 대학 관계자와 한국 정부 관계자 및 국회의원, 양국 시민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1938년 연희전문학교(현 연세대)를 졸업한 윤 시인은 1942년 도쿄 릿쿄대 영문과에 입학한 뒤 그해 10월 도시샤대 문화학과 영문학 전공으로 편입했다. 그는 1943년 7월 한글로 시를 썼다는 이유로 항일 독립운동 사상범으로 체포됐고 1945년 2월 16일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순국했다.
와다 요시히코(和田喜彦) 도시샤대 기독교문화센터 소장은 “우리 대학은 당시 시대 추세에 저항하지 못하고 윤동주라는 한 학생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며 “이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진심으로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타가키 류타(板垣龍太) 사회학부 교수도 “재학 중 체포돼 숨진 윤 시인을 대학 측이 지켜주지 못한 데 대한 미안함이 담긴 특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학위 수여를 주도한 고하라 가쓰히로(小原克博) 도시샤대 총장은 “윤동주의 작품은 일본 통치 아래, 전쟁 중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쓰였다”면서도 “그의 시가 만들어 낸 보편적 힘은 국가와 시대의 차이를 뛰어넘어 독자들에게 널리 공감을 불러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일본 사회가 전후 80년을 되돌아보며 그 역사 속에 윤동주가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역사의 교훈을 마음에 새기면서 새로운 시대를 바라보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수여식에서는 윤 시인 장조카인 윤인석 성균관대 건축학과 명예교수가 유족 대표로 학위를 받았다. 윤 교수는 “명예 학위를 수여한다는 소식에 큰아버지가 하늘에서 가장 기뻐할 것”이라며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보며 부끄러움 없는 삶을 사는 것이야말로 큰아버지의 염원에 따른 길이라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윤 교수는 기념 촬영을 하면서 ‘서시’의 대목처럼 하늘을 올려다보며 학위기를 들어 보였다.
수여식이 끝난 뒤에는 1995년 도시샤대 캠퍼스 안에 세워진 ‘윤동주 시비’ 앞에서 추모식이 열렸다. 양국 참석자들은 윤동주의 대표 시 ‘서시’를 한국어와 일본어로 낭독하며 윤 시인을 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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