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도 고령화… 탄소 흡수력 좋은 나무 심어 산림 순환을”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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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숲에서 길을 찾다’
최종현학술원 세미나 개최
“산림만 잘가꿔도 CO₂ 11% 줄여”
“베어낸 나무는 목재자원 활용”

최종현학술원이 8일 서울 강남구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사회적가치연구원과 함께 ‘기후 위기, 숲에서 길을 찾다’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손요환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 김래현 국립산림과학원 국제산림연구과 연구관, 이수경 다비오 신사업전략그룹 이사, 
김정인 중앙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오준환 사회적가치연구원 V랩 실장(왼쪽부터).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최종현학술원이 8일 서울 강남구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사회적가치연구원과 함께 ‘기후 위기, 숲에서 길을 찾다’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손요환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 김래현 국립산림과학원 국제산림연구과 연구관, 이수경 다비오 신사업전략그룹 이사, 김정인 중앙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오준환 사회적가치연구원 V랩 실장(왼쪽부터).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기후위기, 숲에서 길 찾다’ 세미나


기후 위기가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숲이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8일 최종현학술원은 ‘기후 위기, 숲에서 길을 찾다’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산림의 의미와 가치를 재조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전문가들은 △산림 자원이 만들어내는 경제적 기후적 가치 △산림이 탄소중립 달성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산림 보전 방법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손요환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는 “산림은 핵심 탄소 흡수원으로 적절한 관리를 통해 기후 변화 완화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똑같은 숲이라도 어떻게 관리되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납니다. 산림 관리를 통해 탄소 흡수 능력을 높여야 합니다.”

8일 최종현학술원이 개최한 ‘기후 위기, 숲에서 길을 찾다’ 세미나에서 손요환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는 숲의 질적 관리를 강조했다. 단순한 양적 관리만으로는 한계에 직면했다는 얘기다. 손 교수는 “인위적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약 31%가 산림을 통해 흡수된다”면서 수준 높은 질 관리를 통해 산림이 탄소 흡수원으로 제 역할을 하게 되면 기후 변화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산림청에 따르면 1970년 666만 ha(헥타르)였던 한국의 산림 면적은 2020년 기준 629만 ha로 감소했다. 50년 사이에 37만 ha가 줄어든 것인데, 서울시(약 6ha) 6.6개 면적만큼의 산림이 사라진 셈이다.

산림이 노령화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전망에 따르면 국내 산림에서 51년생 이상인 나무들의 비율은 약 10% 수준이지만, 2050년에는 그 비율이 70% 이상으로 늘어난다. 50년생 나무의 탄소 흡수량은 20년생 나무의 60% 수준인데, 어린나무 비율이 줄어들면 탄소 흡수량이 줄어들게 된다.

현재 국내 산림의 온실가스 흡수량은 2017년 기준 4570만 t이다. 산림의 질이 떨어지고 있는 지금 추세대로라면 2030년 이후 산림 흡수량은 2000만 t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래현 국립산림과학원 국제산림연구과 연구관은 “기후변화협약인 파리협정에서도 탄소 흡수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산림과 토지의 황폐화만 막아도 이산화탄소 배출의 11%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산림 조성과 활용에 대한 다양한 방법과 해결책을 제시했다. 손 교수는 ‘자연 기반 해법’을 주장했다. 이는 생태계를 보호하고 지속 가능하게 활용·관리·복원해 기후 변화 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일컫는 말이다.

산림 속 오래된 나무들은 베어낸 뒤 탄소 흡수력이 좋은 나무로 채우고, 베어낸 나무는 목조 주택 등 목재 자원으로 활용하거나 산림 바이오매스 에너지로 사용하는 것이다. 손 교수는 “산림이 노령화됐다는 건 통계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나무를 심고 가꾸고 베어 내는 순환이 필요하다”면서도 “벌채에 따른 토사 유출이나 생물 다양성 훼손 등의 우려에 대해서는 이를 해소할 과학적인 방법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목재는 탄소를 저장함과 동시에 콘크리트 등을 대체해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대표적인 소재다. 이에 해외 국가들은 산림 순환 차원에서 목재 사용 비율을 늘리고 있다. 프랑스와 일본은 공공건물을 새로 지을 때 특정 비율 이상을 목재 등 친환경 소재로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을 갖추고 있다.

김정인 중앙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기후 위기에 대응을 못 하면 한국의 경제적 비용이 2050년 232조 원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며 “산림 생태 기금을 조성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금융과 재원이 필요하다. 나아가 민간과 공공기관 건물을 대상으로 한 목재 제품 소비 의무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경 ㈜다비오 신사업전략그룹 이사는 산림 관리에 인공지능(AI) 및 인공위성 등 신기술이 활용되고 있는 사례를 소개했다. 이 이사는 “인공위성 정보를 AI로 분석해 1년 걸리는 고사목 파악을 이틀 만에 해냈다”면서 “베트남 등 해외에서는 신기술을 적용해 산림 황폐화와 산림의 질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전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기후위기#숲에서 길을 찾다#탄소 흡수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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