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만에 만난 ‘시인과 촌장’, 재결합 시사

임희윤 기자 입력 2021-03-11 03:00수정 2021-03-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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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나무’ 등 히트 1980년대 듀오
하덕규-함춘호씨 방송서 재회
9일 저녁 서울 마포구 TBS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포크 듀오 ‘시인과 촌장’의 함춘호 씨(왼쪽)와 하덕규 씨가 재회했다. TBS 제공
9일 저녁 서울 마포구 TBS 교통방송 사옥 13층 스튜디오. ‘시인’과 ‘촌장’이 서로의 손을 잡았다. ‘가시나무’ ‘풍경’ ‘사랑일기’로 1980년대를 풍미한 듀오 ‘시인과 촌장’의 하덕규 씨(63)와 함춘호 씨(60)다.

1986년 2집을 낸 뒤 결별한 두 사람이 방송에서 재회한 것은 무려 23년 만. 하 씨가 CBS FM에서 ‘CCM 캠프’를 진행할 때(1995∼2003년) 함 씨가 몇 차례 게스트로 나온 것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하 씨는 2010년 목사 안수를 받고 목회자이자 백석예대 교회실용음악과 교수로 조용히 지냈다.

둘의 재회는 TBS FM ‘함춘호의 포크송’(월∼금요일 오후 4시∼5시 반) 확대 개편을 계기로 마련됐다. 함 씨는 “(하 씨가) 방송 출연을 싫어하시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떨리는 맘으로 전화 드렸는데 쾌락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며 웃었다.

스튜디오 안에 빨간색 ‘ON AIR’ 등이 등사기처럼 켜지자 세월의 먼지가 번뜩이더니 시계가 거꾸로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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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촌장’ 1집(1981년) 이후 새 짝을 찾던 시절, 춘호 씨가 대구의 밤업소를 춤 아닌 기타 연주로 평정하고 있다는 풍문을 들었죠.”(하 씨)

하 씨는 ‘풍경’ 등 여러 곡의 악보를 들고 대구로 갔고, 곡의 완성도에 크게 놀란 함 씨와 함께 서울로 와 옥탑방을 얻어 합숙하며 2집을 합작해 갔다. 함 씨는 2집을 낸 뒤 다른 길을 가겠다는 하 씨를 당시엔 오롯이 이해할 수 없었다고 했다. 벼락처럼 귀의한 신앙이 하 씨의 음악세계를 뿌리까지 흔든 줄 그때는 몰랐기 때문이다.

“그저 음악적 방향이 안 맞아서일 거라 생각하고 섭섭해하기도 했죠. 그 뒤로 나도 뭔가 보여주겠다는 심정에 세션 기타리스트의 길을 갔고요. 이 자릴 빌려서, 미안해요.”(함 씨)

“아니에요. 고마웠어요. 훌륭한 연주로 함께해줘서.”(하 씨)

‘ON AIR’가 꺼질 때쯤, 함 씨가 오래 머금은 질문을 던졌다.

“우리, 다시 만날 일(재결합) 없겠죠?”

“글쎄요. 내일 일을 어떻게 알아요. 근 20년간 두문불출하며 물이 고이듯 만들어둔 노래들이 꽤 돼요. 언젠가는, 언젠가는….”

빨간 불이 꺼진 뒤 두 사람은 서로를 깊이 안았다. 어쩌면 재회한 연인보다 더 뜨겁게.

임희윤 기자 imi@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시인과 촌장#가시나무#재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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