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친구 돕자” 용돈 모은 초등생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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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추위 녹인 따뜻한 손길 두 모습]
서울 광운초등학교 학생들… 100원, 200원씩 모아 병원 기부

20일 서울 세브란스병원을 찾은 광운초등학교 학생들이 성금 약정서와 의료진에게 쓴 편지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서울 세브란스병원 제공
20일 서울 세브란스병원을 찾은 광운초등학교 학생들이 성금 약정서와 의료진에게 쓴 편지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서울 세브란스병원 제공
11일 오후 서울 세브란스병원 사회사업팀으로 전화가 왔다. “아픈 친구들을 위해 써달라며 아이들이 용돈을 모았다”며 서울 광운초등학교 3학년 담임 김신재 교사(32·여)가 건 것이었다. 김 교사는 “학생들에게 올 초 저금통을 나눠주고 착한 일을 할 때마다 부모님에게 100원, 200원씩 받아 넣도록 했다. 연말이 되자 아이들이 저금통이 꽉 찼다며 기부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광운초 전교생 600여 명이 모은 돈은 300만 원을 훌쩍 넘겼다. ‘동생 책 읽어주기’ ‘할머니 짐 들어주기’ 등 아이들은 누군가를 도울 생각으로 부지런히 착한 일을 했다. 학생들은 이렇게 모인 돈을 어디에 쓸지 전교생 투표에 부쳤다. 후보는 홀몸노인 돕기, 봉사단체 기부하기 등이었다. 아이들은 “아픈 또래 친구들을 돕고 싶다”며 병원 기부를 선택했다.

20일 학생 3명이 사회사업팀을 찾았다. 긴장한 표정이었다. 홍혜경 양(12)이 봉투를 직원에게 내밀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착한 일을 해서 모은 용돈이에요. 꼭 아픈 친구들을 위해 써주세요.” 홍 양은 “작고 약한 아기들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갔다. 이런 일이 없게 해달라”고도 했다.

사회사업팀이 받은 건 돈 봉투만이 아니었다. 아이들이 직접 쓴 일기장 3권과 편지 1통도 있었다. 일기장에는 용돈을 많이 모아 아픈 아이들을 도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순수한 바람들이 적혀 있었다. ‘열심히 심부름해서 2만 원을 모았다. 힘들었지만 뿌듯했다. 내 작은 노력이 누군가에게 커다란 기적이 됐으면 좋겠다’ ‘우리 반 아이들이 착한 일을 많이 해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아픈 친구들도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게 됐다’ 등등이었다.
 
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
#서울 광운초등학교 기부#용돈 모아 기부한 초등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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