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은, 파리오페라발레단 수석무용수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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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인 처음 영예의 자리 올라

 “이제 제 인생에서 오디션의 종지부를 찍어 너무 좋아요.”

 10대 때부터 이어져 온 오디션의 여정이 드디어 끝났다. 세계 최정상의 발레단 중 하나인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활동 중인 발레리나 박세은(27·사진)이 수석무용수로 승급했다.

 파리오페라발레단은 5일(현지 시간) 공식 트위터를 통해 일반 관객과 단원, 심사위원이 모인 가운데 열린 승급 오디션에서 박세은이 쉬제(솔리스트)에서 프르미에르 당쇠즈(수석무용수)로 한 단계 승급했다고 발표했다. 승급의 기쁨은 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대로 전해졌다.

 “정말 좋아서 프랑스에 온 이후 처음으로 잠을 설쳤어요. 이제 발레단 공연에서 얼굴이 된다고 생각하니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요. 이제 시작이죠.”

 1669년 설립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발레단인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동양인이 수석무용수가 된 것은 박세은이 최초다. 이번 승급 오디션에서는 9년 경력의 쉬제가 있었지만 그는 3년 만에 승급에 성공했다. 김용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2000년 동양인 남성으로 처음 이 발레단에 입단해 쉬제로 은퇴했다.

 파리오페라발레단 단원은 연수단원-카드리유(군무 단원)-코리페(군무 리더)-쉬제-프르미에 당쇠르(또는 프르미에르 당쇠즈)-에투알(명예 수석무용수)로 나뉜다. 단계마다 오디션을 거쳐야 한다. 에투알은 오디션 대신 예술감독 및 이사회 등의 논의를 거쳐 지명된다.

 박세은은 유망주 시절부터 ‘피겨 여왕’ 김연아(26), 수영 박태환(27)과 함께 ‘한국의 신인류’로 불리며 주목을 받았다. 2005년 동아무용콩쿠르 금상 수상 이후 세계 4대 무용 콩쿠르 가운데 잭슨(2006년), 로잔(2007년), 바르나(2010년) 등 3개 대회를 휩쓸었다.

 2012년 6월 한국인 여성 무용수로는 처음으로 파리오페라발레단 입단에 성공한 그는 입단 6개월 만에 코리페, 2013년 11월 쉬제로 승급했다. 하지만 지난해는 연습 도중 이마가 찢어지는 부상을 입고, 최선을 다한 승급 오디션에서 떨어지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지난해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을 정도로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었어요. 하지만 그럴수록 오기가 생겨 더 열심히 했어요. 실력이 모든 것을 말해줘요. 열심히 잘하면 언젠가 인정받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 힘든 것을 이겨낼 수 있거든요.”

 이제 그는 비유럽계 출신 최초의 에투알 승급만을 남겨두고 있다. ‘최초’의 역사를 써내려간 그에게는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언젠가 열심히 하다 보면 에투알이 되어 있겠죠. 카르멘 등 저에게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강한 캐릭터라도 ‘역시 박세은은 다 잘해’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파리오페라발레단#박세은#수석무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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