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철 사업총괄본부장 “안전사고 줄이려 시멘트포대 각까지 잡았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31일 03시 00분


롯데월드타워 위험요소 8400개 찾은
‘매의 눈’ 박현철 사업총괄본부장

 롯데월드타워는 123층 마천루라는 화려한 스펙을 가졌지만 안전에서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2013년 공사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타워 내 영화관과 수족관은 공사 초기 잇단 사건사고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안전과 관련한 우려도 덩달아 커졌다.

 박현철 롯데물산 사업총괄본부장(56·사진)은 롯데월드타워 사업이 총체적 위기를 맞은 지난해 1월 ‘공사 총책임자 겸 안전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우문현답’(우리 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다는 뜻)이란 말을 즐겨 하는 그는 직원들에게 ‘극성맞은 엄마’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깐깐하게 현장을 챙겼다. 공정 99.5%를 기록한 25일 롯데월드타워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박 본부장은 “이제는 세계적인 안전 랜드마크로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정리정돈을 가장 강조한다. 위험요소로 가득 찬 현장에서 사고는 흐트러진 마음가짐과 일처리에서 생긴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부임하자마자 안전관리자 250명을 투입해 실시간으로 정리정돈을 점검하게 했다. 본인도 시간이 날 때마다 현장을 살폈다. 현장 인부들 사이에서는 “시멘트 포대까지 각을 잡고 쌓아두라고 하니 현장인지 내무반인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자신을 포함한 임원이 2인 1조로 야간에 현장을 살피는 ‘야간특별점검’도 그의 아이디어다. 123개 층을 꼭대기부터 일일이 걸어 내려오며 살피다 보면 10km에 가까운 거리를 걷게 된다. 이 같은 노력 끝에 지난 1년간 현장 안전위협 요소 8461건을 잡아냈다. 이 중 8289건은 즉시 조치를 취했고 나머지는 개선 중이다. 전날 마신 술이 덜 깬 채 출근하는 현장 인력을 찾아내 집으로 돌려보내기도 했다. 덕분에 안전사고도 크게 줄어 2013년 첫 사망사고가 난 뒤로는 단 한 명의 사망자도 없다.

 박 본부장은 “초고층 빌딩인 상하이 세계금융센터도 준공 후 자리 잡는 데 8년이 걸렸듯이 마지막까지 안심할 수 없다”며 “세계적 안전 랜드마크로의 여정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롯데월드타워#박현철#랜드마크#건축#붕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