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언어 지키는 전사의 삶 일깨워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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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구기 와 시옹오 박경리문학상 수상

22일 강원 원주시 토지문화관에서 열린 제6회 박경리문학상 시상식에 참석한 김지하 시인, 응구기 와 시옹오의 부인인 은제에리, 수상자인 응구기 와 시옹오, 김영주 토지문화재단 이사장,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주간(왼쪽부터). 원주=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2일 강원 원주시 토지문화관에서 열린 제6회 박경리문학상 시상식에 참석한 김지하 시인, 응구기 와 시옹오의 부인인 은제에리, 수상자인 응구기 와 시옹오, 김영주 토지문화재단 이사장,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주간(왼쪽부터). 원주=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박경리문학상은 저를 40년 전으로 되돌아가게 했습니다. 그 시절은 세계 각 지역의 소외받는 언어들을 한 치의 회오(悔悟)도 없이 옹호하는 전사가 되기 시작했던 때입니다.”

 제6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자인 케냐 소설가 응구기 와 시옹오(78)는 22일 강원 원주시 토지문화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박경리문학상은 내게 추억을 일깨워 주었다는 점에서 각별하다”라고 밝혔다. 

 토지문화재단(이사장 김영주)과 박경리문학상위원회, 강원도, 원주시, 동아일보가 공동 주최하는 박경리문학상은 박경리 선생(1926∼2008)을 기리기 위해 2011년 제정됐다. 올해 수상자인 응구기는 소설 ‘한 톨의 밀알’, ‘피의 꽃잎들’, ‘울지 마, 아이야’ 등을 통해 식민 치하와 독립 이후의 혼란기를 겪은 케냐의 역사적 현실을 형상화했다. 그는 현대 아프리카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해마다 노벨 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소설가다.

 응구기가 말하는 추억이란 박경리 선생의 사위인 김지하 시인의 작품을 만났던 때를 가리킨다. 응구기는 꼭 40년 전인 1976년 김지하 시인의 시집 ‘민중의 외침’을 읽었고, 1년 뒤 감옥에 갇혔을 때 김 시인의 영향을 받은 작품 ‘십자가 위의 악마’를 집필했다. 응구기는 “이 소설은 내 모국어인 기쿠유어로 창작된 첫 현대소설”이라면서 “나는 이후 아프리카의 언어와 세계의 소수 언어들을 위해 투쟁하는 작가가 됐다”라고 말했다.

 응구기는 이날 수상 소감에서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독자가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해 결코 확신할 수 없다”라면서 “이는 작가의 창작 과정을 최종적으로 완성하는 일이 독자의 몫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가는 독자에게서 인정받는 것 외의 보상을 바라고 글을 쓰지는 않지만, 어떤 상이든 수상하는 일만큼 기쁜 일은 없다”라면서 “이번 박경리문학상수상이 아프리카의 언어가 세계 문화에 기여할 것이 참으로 많다는 점을 알리는 계기가 된다면 더욱 깊은 감사의 마음을 간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리문학상위원회 위원인 정창영 전 연세대 총장은 인사말을 통해 “응구기는 작가가 마음의 의사요, 공동체의 영혼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며, 글쓰기를 통해 더 나은 세계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보여 준다”라면서 “응구기의 작품을 읽으면서 자유와 억압, 저항과 굴복, 희망과 절망 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모하메드 겔로 주한 케냐 대사, 원창묵 원주시장, 소설가 오정희 씨,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주간 등이 참석했다. 한국에서 유학 중인 케냐인 대학생 10여 명도 참석해 응구기의 수상에 환호했다. 응구기는 25일 오후 1시 연세대 장기원국제회의실에서 열리는 박경리문학상 수상 작가 초청 강연회에서 강의한다.
 
원주=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박경리문학상#아프리카#응구기 와 시옹오#황호택#김영주#토지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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