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옥 최은희 부부의 아들인 신정균 씨는 “아버지는 일에 몰두하느라 가족들에게 살가운 분은 아니었지만 영화에 대한 사랑만큼은 본받고 싶다”고 말
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아버지가 생전에 자주 ‘김정일은 영화 욕심이 정말 대단했다’고 하셨어요. 북한에서 ‘탈출기’(1984년)를 찍을 때 김정일에게 ‘기차 충돌 장면이 필요한데 미니어처로는 실감이 안 난다’고 했더니 진짜 달리는 기차에 다이너마이트를 싣고 충돌하게 했다더라고요.”
2006년 타계한 신상옥 감독과 배우 최은희 씨(90)의 아들인 신정균 씨(53)는 다큐멘터리 영화 ‘연인과 독재자’의 다음 달 개봉을 앞두고 26일 기자와 만나 최 씨의 근황과 신 감독이 전한 북한 영화에 대한 얘기 등을 소개했다.
이 작품은 신 감독 부부의 자녀와 친척은 물론이고 미국 중앙정보국(CIA) 관계자, 홍콩 수사관의 증언까지 망라해 1978년 벌어진 이 부부의 납북사건을 담았다. 김정일이 신 감독 부부의 납북을 지시했고, 그 이유가 북한 영화의 부흥을 위해서라고 설명하는 육성까지 담겨 벌써부터 화제다.
신상옥 최은희 부부가 북한에서 탈출한 뒤 1988년 미국에서 찍은 가족사진.
가운데 안경 쓴 학생이 신정균 씨. 신정균 씨 제공생전에 신 감독은 아들에게 자신이 북한에서 영화를 찍던 시기의 에피소드를 자주 들려줬다. “아버지가 ‘소금’(1985년)을 찍다 바람 부는 장면이 필요하다고 하자 김정일이 그 자리에서 헬리콥터까지 동원할 정도로 김정일의 영화에 대한 집착이 남달랐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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