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 칼로 & 디에고 리베라展]배우 배종옥-방송인 손미나씨 등 찾아
“존경하는 작가 그림, 서울서 만나 기뻐… 30여차례 수술에도 격정적인 일생
고통이 때론 삶의 동력임을 깨달아”
디에고 리베라의 유채화 ‘꽃으로 장식한 카누’(1931년)를 감상하고 있는 이광기 배종옥 손미나 송은이 씨(왼쪽부터). 손 씨는 “리베라가 워낙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을 남겨 여러 작가의 전시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늘 사람들 앞에 노출돼 살아가는 연예인, 방송인은 의식적으로 밝은 모습을 보이려 하죠. 하지만 오늘 프리다 칼로의 그림을 보니, 누군가를 위로하는 건 내면의 고통에 대한 진솔한 고백이라는 생각이 들어요.”(개그맨 송은이 씨)
21일 오전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프리다 칼로 & 디에고 리베라’전을 감상하고 나온 송 씨와 배우 배종옥, 탤런트 이광기, 방송인 손미나 씨의 눈빛은 한결같이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멕시코 미술을 대표하는 두 화가 칼로(1907∼1954)와 리베라(1886∼1957)의 대표작 150여 점과 함께 격정적인 삶의 스펙트럼을 풍성히 담아낸 전시가 기대 이상의 감동을 안긴 듯했다.
사진작가로도 활동하며 문형태 이세현 등 화가들과 친밀히 교류하는 이 씨가 모임을 주선했다. 전시기획자인 안진옥 갤러리반디트라소 대표의 설명에 귀 기울이던 네 사람은 18세 때 교통사고를 당한 칼로가 1년 뒤 침대에 누운 채 그린 첫 자화상 ‘벨벳 드레스를 입은 자화상’(1926년) 앞에서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부러진 버스 손잡이용 쇠파이프에 가슴부터 자궁까지 관통당한 칼로와 달리 함께 버스를 탄 남자친구 알레한드로는 기적적으로 부상을 입지 않았죠. 자신을 최대한 아름답게 묘사한 이 그림은 점점 소원해져가던 알레한드로에게 선물하려 한 것이었습니다.”(안 대표)
배 씨는 “영화 ‘프리다’(2002년)를 통해 접했던 칼로와 그의 남편 리베라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죽을 때까지 30여 번의 수술을 받으며 고통을 끌어안고 살아갔던 칼로의 작품을 마주하니 ‘내가 그동안 생각했던 고통은 고통도 아니구나. 주어진 삶을 더 치열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스페인어에 능숙한 손 씨는 그림에 적힌 글귀들을 꼼꼼히 살폈다. 그는 “존경하는 작가여서 꼭 현지에 찾아가 보고 싶은 그림들이었는데 서울에서 만나게 돼 기쁘다. 그림뿐 아니라 전시실 끝부분 놓인 생애 마지막 10년간의 스케치 겸 일기에 적힌 글에서도 큰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땅속 시체에 뿌리내리고 선 인물을 표현한 ‘루터 버뱅크의 초상화’(1932년) 앞에 서서 상념에 빠진 송 씨에게 이 씨가 칼로가 쓴 글귀 하나를 가리키며 읽어보라 권했다.
“괴저병이 생겨 절단한 자신의 다리를 그리고 나서 이렇게 썼네요. ‘발. 무엇을 위해 그걸 원하지? 나에게는 하늘을 날 수 있는 날개가 있는데….’ 도저히 견딜 수 없을 듯한 고통이 때로는 삶을 지탱하고 이끌어주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걸, 칼로는 당연히 알고 있었겠죠. 더 많은 사람들이 전시를 찾아와 이 두 위대한 예술가가 남긴 삶의 이야기를 직접 확인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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