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서평가로 불리는 금정연 씨. ‘책 한 권 추천해 달라’고 하자 칠레 작가 로베르토 볼라뇨(1953∼2003)의 소설 ‘2666’을 추천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서평을 쓴다는 것은…. 저자를 존경하고 거리를 두기보다는, 사랑하고 격하게 들이대는 것이라고 봅니다. ‘독서’란 것 자체가 난폭한 행위예요.”
온라인 서점 MD(상품기획자)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문학과지성사(이하 문지) 편집동인(위원)이 된 서평가 금정연 씨(34)의 말이다. 문지는 최근 창립 40주년을 맞아 계간지 ‘문학과 사회’ 편집진을 교체했고 금 씨를 편집동인으로 발탁했다. 그간 주요 문학출판사의 문예지 편집위원은 등단한 평론가들이 맡아왔다. 금 씨는 등단한 적이 없는데도 ‘문지’ 편집동인이 된 것.
“문학의 위기도 계속되고 문예지도 변화를 추구하다 보니 다양한 시각을 가진 사람이 필요했을 겁니다.”
금 씨는 출판계에서 개성 넘치는 서평으로 ‘차세대 서평가’로 꼽혀왔다. 최근 프랑수아 라블레, 미겔 데 세르반테스, 조너선 스위프트 등 작가 10명의 작품 서평집 ‘난폭한 독서’를 냈다. 그는 알라딘에서 MD로 일하며 간혹 외부기고를 썼고 ‘글이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외고 청탁이 늘었다. 이후 2011년 퇴사하고 서평가로 나섰다.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 시대에 ‘서평가’란 직업은 어떤 의미일까.
“책은 세상에 대한 것이잖아요. 서평은 ‘세상에 대한 책’에 대한 이야기고요, 서평은 책의 정보를 잘 전달하는 것을 넘어 책을 한 인간의 삶에 끌어들여 다른 생각과 연결시키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서평은 한 편의 에세이처럼 읽힌다. ‘서평가로 어떤 책을 추천하겠느냐’고 묻자 금 씨는 고전 예찬을 꺼냈다.
“고전을 딱딱하고 재미없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론 신간보다 포복절도하게 재미있고 독창적인 내용이 많아요. 고전에 대한 부담감을 벗겨내고 자신의 눈높이에서 읽어보세요. 걸리버 여행기를 읽으면서 한국 사회와 연결할 수도 있고, 돈키호테를 보면서 일상의 모험을 찾는 겁니다.”
그래도 ‘고전은 부담된다’고 하자 금 씨는 “그냥 난폭하게, 즉 자기 마음대로 읽으면 된다. 물론 위험할 수 있지만 책을 안 읽는 게 더 위험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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