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밥차 “필리핀에 희망 퍼주기, 2015년도 계속”

  • 동아일보

태풍 ‘하이옌’ 구호활동 1년
매일 아동 2000여명에 무료급식… 교육봉사-문화교류도 활발

지난달 30일 필리핀 레이테 주 타나우안 시 말라기카이 초등학교에서 BC카드 ‘빨간밥차’ 봉사활동에 참여한 봉사단원들이 초등학생 240여 명에게 점심을 나눠주고 있다. BC카드 제공
지난달 30일 필리핀 레이테 주 타나우안 시 말라기카이 초등학교에서 BC카드 ‘빨간밥차’ 봉사활동에 참여한 봉사단원들이 초등학생 240여 명에게 점심을 나눠주고 있다. BC카드 제공
“태풍 욜란다(‘하이옌’의 필리핀 현지 이름)를 기억하니?”

“배고팠던 기억만 나요.”

필리핀 레이테 주 타나우안 시 말라기카이 초등학교에 다니는 3학년 비넥셀 우투한 군(9)은 2013년 11월 8일 필리핀 중부지역을 강타한 태풍 ‘하이옌’을 배고픔으로 기억했다. 시속 300km의 초강력 태풍은 비넥셀의 가족이 살던 바닷가 조그만 집을 흔적도 없이 쓸어 갔다. 구호물자를 받기 전까지 이틀 동안 어린 비넥셀은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지난달 30일 찾은 필리핀 타클로반 시와 타나우안 시 일대는 아직도 하이옌이 할퀴고 간 상처가 곳곳에 남아 있었다. 사람들이 떠난 집들은 지붕이 날아간 채 앙상한 기둥만 남았다. 야자수 나무는 뿌리째 뽑혀 무너진 집과 함께 뒹굴었다. 많은 이가 가족과 친구를 잃었다. 하지만 이곳에도 희망의 싹은 남아 있었다.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빨간 트럭이 학교 앞에 나타나자 타나우안 시 말라기카이 초등학교 학생들은 손을 흔들며 맨발로 교실 밖으로 뛰어나왔다. “코리아, 코리아!” 이들이 반긴 빨간 트럭은 BC카드의 ‘빨간밥차’다. BC카드가 2005년부터 국내 13개 지역의 사회복지기관에 기증해 운영 중인 이동식 급식 차량으로 홀몸노인과 노숙인 등 연간 45만 명에게 무료 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필리핀 현지에서 구호 활동을 하고 있는 한 한국 구호단체의 제안으로 지난해 1월 빨간밥차 한 대를 필리핀으로 보내 태풍 피해가 가장 컸던 타클로반 지역에서 매일 아동 2000여 명에게 무료급식을 제공해 왔다. 필리핀에서는 기아대책이 운영을 맡았다.

필리핀 빨간밥차 활동 1년을 맞아 100여 명의 국내 빨간밥차 봉사단원 중 우수 봉사자 18명이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일까지 타클로반을 찾았다. 배식 봉사와 함께 지역 초등학생들에게 교육 봉사를 하고 문화교류 행사도 펼쳤다. 물에 잠겨 너덜너덜해진 책으로 공부하던 아이들은 알록달록 색종이로 만들기를 하며 연신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날 점심시간 빨간밥차가 문을 열자 아이들은 저마다 집에서 챙겨 온 플라스틱 통을 들고 줄을 섰다. 이날 반찬은 돼지고기 조림과 닭고기를 넣어 볶은 면 요리. 평소 영양 섭취가 부족한 아이들을 위해 고기와 달걀로 반찬을 만들었다.

빨간밥차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간다. 최근에는 타나우안 시 쓰레기 마을을 자주 찾았다. 이곳에 사는 아이들은 악취가 진동하는 쓰레기 산을 맨발로 뒤지며 플라스틱 병이며, 알루미늄 캔 등을 줍는다.

빨간밥차는 올해 말까지 필리핀에 남아 봉사활동을 계속할 예정이다.

타클로반=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필리핀#하이옌#구호활동#빨간밥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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