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산문집 ‘엄마는 아직도 여전히’를 출간한 수필가 호원숙 씨가 어머니 박완서 선생 사진 아래서 환하게 웃고 있다. 문학동네 제공
환히 웃는 고 박완서 선생(1931∼2011)의 사진 아래 맏딸 호원숙 씨(61)가 앉았다. 웃을 때면 명랑하게 올라간 입꼬리며 살갑게 부푼 양 볼이 어머니와 똑 닮았다. 20일 호 씨는 박 선생 타계 4주기를 맞아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은 산문집 ‘엄마는 아직도 여전히’(달)를 출간했다. 이날 박 선생이 생전에 쓴 산문을 모은 ‘박완서 산문집’(문학동네) 7권도 함께 나왔다.
20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출간기념회에서 만난 호 씨는 자신의 산문집에 대해 “어머니가 엄마로서, 작가로서 얼마나 훌륭하게 지냈는가를 가깝게 지낸 사람으로서 기록하고 싶었다”며 “정말 아름답고 훌륭한, 세상에 이런 분이 없다”고 말했다. 책에는 어머니와 함께 찍은 흑백사진, 어머니의 집에 남은 유품 사진이 수록돼 있다.
1장 ‘그전’엔 어머니 침상 곁에서 읽어준 호 씨의 글을 담았다. 어머니는 기력이 약해졌지만 “어디 들어가면 글을 볼 수 있니”라며 딸의 글에 관심을 보였다. 안타깝게도 몇 꼭지밖에 읽어드리지 못했다. 딸은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외면하지 않고 적당한 노동을 피하지” 않은 어머니를 예찬하고 “스스로 선택하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지게 하여 독립된 개체”로 키워줬다며 고마워한다.
2장 ‘그후’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어머니의 집에서 남아 쓴 글이다. 딸은 ‘왜 이렇게 몸과 마음이 빈껍데기처럼 느껴질까? 그러면서 몸과 마음이 천근같이 무겁다’며 아파했다. 딸은 “어머니가 살아계실 땐 큰 산 같은 어머니의 존재에서 벗어나려고 자유롭게 글을 썼는데, 막상 돌아가시고 나니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쓰게 됐다”고 했다. 어머니의 유품과 문학에 얽힌 추억을 풀어냈다. 딸은 요즘도 매일 어머니가 그립다. 3장 ‘고요한 자유’에는 호 씨가 쓴 칼럼을 모았다.
호 씨는 동생들과 함께 교정을 본 어머니의 산문집도 소개했다. 어머니가 1977년부터 1990년까지 낸 산문집 원본을 바탕으로 중복되는 글을 추리고 재편집했다. 모두 7권으로 ‘쑥스러운 고백’ ‘나의 만년필’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들’ ‘살아 있는 날의 소망’ ‘지금은 행복한 시간인가’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애수’ ‘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 등이다. 표지에는 어머니의 유품 이미지를 담았다. 전날 밤에도 어머니의 산문을 읽었다는 딸은 “어머니는 삶과 글이 일치한 삶을 산 훌륭한 분이다. 우리 가족뿐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세대에게 전해주고 싶은 메시지가 책에 담겼다”고 말했다.
선배 작가로서 어머니는 어떤 분일까. 그는 너덜너덜 손때가 가득한 어머니의 두꺼운 사전 이야기를 꺼냈다. “어머니는 자연, 인연, 사람을 끔찍이 사랑했어요. 그중에서도 우리말을 가장 사랑했습니다. 사전에는 정확한 단어를 고르려는 흔적이 남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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