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회 “박영록 前의원 명예회복 운동”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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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군부에 재산 몰수당하고 컨테이너 생활 12년째…
의원들에게 구제 동의요청서 보내

1980년 신군부에 재산을 빼앗긴 뒤 생활고에 시달 려온 박영록 전 국회의원이 현재 거주하는 서울 성 북구 삼선동의 컨테이너 앞에 앉아 있다. 동아일보DB
1980년 신군부에 재산을 빼앗긴 뒤 생활고에 시달 려온 박영록 전 국회의원이 현재 거주하는 서울 성 북구 삼선동의 컨테이너 앞에 앉아 있다. 동아일보DB
“정치판과 이 사회 곳곳에는 아직도 독재 세력이 박혀 있는 게, 깡패 사회보다도 못한 거여. 벌써 내 나이 아흔셋이야. 죽기 전에 잘못된 것 바로잡아야 하는데….”

지난달 31일 국회 헌정회관에서 만난 박영록 전 국회의원(93)은 또박또박 목소리를 높였다. 군사정권 아래서 반독재활동을 하던 박 전 의원은 1980년 신군부에 의해 감금당하고 재산을 빼앗겼다. 2003년부터 12년째 서울 성북구 삼선동의 6m² 크기 컨테이너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박 전 의원은 “여름엔 실내온도 40도가 넘고 겨울엔 얼음이 언다”면서 “오늘 같은 날에 ‘찜통’이 되는 컨테이너보단 여기가 훨씬 나아서 매일 출근하다시피 온다”며 허탈하게 웃었다.

1963년에 국회에 입성한 그는 1979년 신민당 부총재를 지낸 야당 정치인. 전두환 신군부의 눈 밖에 난 그는 1980년 7월 18일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에 끌려가 고문을 받고 의원 사직서를 냈다. 애국공원을 만들기 위해 매입했던 서울 노원구 상계동 땅은 ‘18억 원 상당 부정축재’로 부풀려져 몰수당했다.

1992년부터 9차례 재산을 돌려받기 위한 법정 투쟁을 벌였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2009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국가에 대해 박 전 의원에게 사과하고 재산을 반환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관련 부서인 국방부와 행정안전부(현 안전행정부)는 관련 법률이 없다는 이유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박 전 의원은 “땅을 다 뺏겨서 이젠 동전 한 푼 없다. 둘째 아들은 ‘제대로 못 모셔 죄송하다’며 자살했다”면서 “이런 일을 법률이 아니라 고작 행정처분으로 해결하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보다 못한 전직 국회의원들이 발 벗고 나섰다. 국회 전현직 의원들의 모임인 헌정회 회원들은 지난달 28일 ‘박영록 명예회복 추진본부’를 만들어 피해 구제조치를 촉구하는 동의요청서를 전현직 국회의원들에게 보내기 시작했다. 현재 현역 의원 30여 명이 지원 의사를 밝혔다. 문태성 추진본부 사무총장은 “현역 의원 과반의 동의서를 받으면 박근혜 대통령에게 상소를 올리고 9월 정기국회에서 청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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