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관 前 삼성물산 회장 “인생선배로 창조형 인재 육성 돕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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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와 혁신’ 세워 창업멘토

사단법인 ‘창조와 혁신’을 설립해 차세대 기업 리더 육성에 나선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이 11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사단법인 ‘창조와 혁신’을 설립해 차세대 기업 리더 육성에 나선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이 11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여보세요. 현명관입니다.”

최근 사단법인 ‘창조와 혁신’을 설립해 상임 대표를 맡은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72)을 인터뷰하기 위해 사무실로 전화를 했더니 그가 직접 받았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작은 사무실을 낸 그는 “현장에서 30년 가까이 일하며 쌓은 경험을 후배들에게 전하는 일이 너무 즐겁다”며 “지식 노하우 시대에 맞는 창조형 인간을 키우는 데 힘을 보태려 법인을 세웠다”고 말했다.

‘창조와 혁신’에는 현 대표 외에 많은 명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경숙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박내회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장, 방찬영 카자흐스탄 키멥대 총장 등이 공동대표 또는 고문을 맡고 있다. 이금룡 코글로닷컴 대표, 이명우 한양대 교수, 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 등 15명은 창업, 경영, 문화예술 등 각 분야 멘토링을 한다.

현 대표는 이들과 함께 창업 희망자들을 코치하는 일 외에 한국 경영모델 연구, 중소기업 일자리 연결 등의 사업도 벌일 계획이다. 그는 “제품을 개발하고도 시장에 내놓지 못해 고민하는 인터넷 개발자에게 이 분야 선배인 이금룡 대표를 소개해줘 스스로 해답을 찾도록 도운 적이 있다”며 “이렇게 연결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인생 선배의 할 일”이라고 말했다.

현 대표에게 ‘창조경제의 해법’을 묻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993년 신경영을 선언할 당시 자신을 비서실장에 임명한 일을 소개했다. “공채 출신도 아니고 삼성에서 비주력 계열사만 떠돌았던 사람을 갑자기 비서실장에 앉힌 것은 조직을 확실히 바꾸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죠. 이렇게 사람들이 깜짝 놀랄 정도의 변화 없이는 지금 한국 경제도 체질을 바꾸기 어렵습니다.”

삼성을 포함한 대기업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삼성전자 같은 한국 기업들은 세계 최고의 인재를 뽑아 최고의 제품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 기업문화는 최고가 아니다”며 “제조뿐 아니라 서비스에서도 최고가 되려면 회장만 쳐다보는 게 아니라 스스로 창조적 아이디어를 내놓는 기업문화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삼성에서 나와 보니 ‘삼성의 벽’이 얼마나 높은지 알겠더라”며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책임)를 실천하지 못해 생긴 차가운 시선을 극복하려면 청년 창업자와 중소기업을 돕는 데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간제 일자리 등 최근 정부가 내놓은 고용률 70% 정책에 대해서는 “궁여지책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투자해야 일자리가 생깁니다. 대기업이 투자하도록 환경을 만들어주거나 창업을 활성화해야죠. 일자리 창출 기업에 강한 인센티브를 주고, 대기업과 국가가 힘을 모아 창업 지원계획을 실천해야 합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창업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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