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선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25일 강연에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상투적인 격언이 나에겐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같이 절실했다”고 말했다. 파라다이스복지재단 제공
“저는 인간 승리의 주인공이 아닙니다.” 강연을 하기 위해 무대에 선 여성은 눈을 찡그리며 온힘을 다해 말했다. 하지만 얼굴에는 시종일관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2004년 뇌성마비 장애를 가진 한국인 중 최초로 미국 박사 학위를 받은 정유선 조지메이슨대 교수(42)였다.
‘보조공학’을 전공한 정 교수는 “장애인을 편하게 만들어 주는 보조기기나 서비스를 연구한다”고 “흔한 구두주걱도 지체장애인에게는 신발을 편하게 신게 하는 보조기기”라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이 불편을 극도의 인내심으로 극복하는 것은 재활이 아니다”라며 “보조기기로 도움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장애 극복을 위해 가족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에게는 잘나가던 가수 생활을 딸 때문에 접은 어머니와 주변 반대를 무릅쓰고 장애 속의 진가를 발견해 준 남편이 있었다.
자식들의 영향도 컸다. 그는 첫아이를 임신한 뒤 아이들에게 당당한 엄마가 되겠다며 박사 과정에 진학했다.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일 때 처음으로 장애에 대해 설명해 줬다. “엄마 머리 속에 상처가 있다”는 설명을 들은 아이는 엄마의 머리를 두들겨 보고는 “이제 다 나은 것 같은데”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장애를 잘 받아들여 준 아이들 덕에 힘이 났다. 평생의 숙제를 푼 기분이었다”고 그날을 회상했다.
초등학교 운동회 사진을 꺼내 보인 그는 “뒤에서 3등을 했다. 2명은 골인 지점 근처에서 천천히 속력을 줄였는데 나는 죽을힘을 다해 뛰었다. 다른 친구들 하는 것은 뭐든 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 극복에는 본인의 의지 또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2012년 조지메이슨대 최고 교수상을 최근 수상했다. 그는 “기적적인 일”이라면서도 “기적은 기적처럼 오지 않는다. 기적은 간절히 원하는 사람에게만 오는 선물이다. 안 된다는 편견은 깨버리라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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