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원, 인민군 장교가 건넨 자수서 찢고 끌려가”

  • Array
  • 입력 2012년 10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이광수 둘째딸 정화씨 밝혀… 납북자 가족 증언록 내주 발간

“아버지는 인민군 장교가 준 자수서 종이를 찢어 버렸고, 20분 뒤 인민군 장교는 아버지를 끌고 갔습니다.”

최근 정부가 전시납북자로 인정한 소설가 춘원 이광수(사진)의 둘째 딸 이정화 씨(77)가 밝힌 춘원의 납북 당시 상황이다. 이 사연은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가 다음 주 발간할 예정인 전시납북자 가족의 증언록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간 그들’에 실린다. 이 증언록에는 강제로 북송된 23명의 가족이 납치 당시의 기억을 더듬은 내용이 실려 있다.

이 씨는 “아버지가 서대문형무소에 억류돼 있을지 몰라 어머니와 함께 내복과 약을 마련해 찾아갔지만 교도관에게 보따리만 건네고 만나지는 못했다”며 춘원이 1950년 7월 12일 서울에서 붙잡혀 그해 7월 16일 평양감옥으로 이감됐다는 사실은 나중에 알게 됐다고 전했다. 몸이 약했던 춘원은 6·25전쟁 직전 폐렴에 걸려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 씨는 “영하 15도의 강추위와 눈보라 속에 평안북도 강계까지 걸어가면서 병세가 악화돼 인민군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1950년 12월 초 타계했다는 소식을 1990년대 초반에야 들었다”고 밝혔다.

정부 6·25전쟁납북피해진상규명 및 납북피해자명예회복위원회는 15일 춘원 등 364명을 전시 납북자로 추가 인정했으며, 지금까지 총 1107명이 전시 납북자로 공식 인정됐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춘원 이광수#인민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