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원 서울대 교수 ‘30년만 교직’ 초심 지켜… “제2의 반기문 키우고 싶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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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9년 남기고 강단 떠나는 ‘한국학 대모’

정년이 9년이나 남았지만 31일 서울대 강단을 떠나는 ‘한국학의 대모’ 서울대 국어교육과 윤희원 교수가 14일 서울대 연구실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정년이 9년이나 남았지만 31일 서울대 강단을 떠나는 ‘한국학의 대모’ 서울대 국어교육과 윤희원 교수가 14일 서울대 연구실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처음 교수가 될 때부터 30년만 하겠다고 다짐했어요.”

‘한국학의 대모(代母)’ 윤희원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56)가 정년을 9년이나 남기고 31일 서울대 강단을 떠난다. 올해 서울대 퇴임 교수 31명 중 정년을 채우지 않고 명예퇴임한 교수는 두 명뿐이다. 윤 교수는 “‘왜 서울대 교수를 박차느냐’는 말도 많이 들었지만 더 늦기 전에 또 다른 방식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관직이나 정치권에 진출하는 것도 아닌데 정년 전 강단을 떠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퇴임을 앞두고 1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인재 양성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유럽연합(EU)과 미국교육평가원(ETS) 등 국제기관의 러브콜을 받았지만 국내 인재를 키울 글로벌 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구상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교수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인재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2, 3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키우고 싶다”고 했다.

1996년 서울대 최연소(당시 40세) 연구처 부처장으로 임명돼 첫 여성 보직교수로 활동한 바 있는 윤 교수는 “보직교수로 활동하며 쌓은 행정 및 국제교류 경험을 활용해 꿈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파리7대학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83년부터 서울대 강단에 섰다. 처음 그가 한국학 전도사로 나섰을 때만 해도 해외 한국어 교육기관은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는 한국학술진흥재단 국제교류 담당관과 국제한국학센터 소장 등을 역임하며 한국학을 세계에 전파하는 데 앞장섰다. 1995년에는 한국어세계화추진위원회를 만들어 한국어 교육자료와 교재를 보급하기도 했다. 윤 교수는 “지금은 세계 각국 대학에 한국학과가 개설돼 있다”며 “한국학 전파에 일조한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가 키워낸 지한파(知韓派) 외국인 25명은 국내외에서 한국학의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터키 압둘라 귈 대통령의 동아시아 외교 자문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괵셀 튀르쾨쥐 에르지예스대 교수도 윤 교수의 가르침을 받았다.

그는 정부의 한국학 세계화 정책에 쓴소리도 했다. 정부가 현지 교육에 과도하게 개입하다 보니 오히려 해당국에서 한국학을 가르칠 수 있는 인력이 육성되는 것을 가로막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미 한국학을 잘 가르치고 있는 곳까지 강사를 파견해 현지 교수가 일자리를 잃는 경우가 있다”며 “좀 더 유연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한국학#윤희원#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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