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스타들, 소록도에 ‘금메달 짜장면’ 배달

  • 동아일보

■ 1984년 레슬링金 김원기 등 현지서 봉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원기 씨(왼쪽에서 두 번째·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레슬링), 이은철 씨(오른쪽에서 두 번째·1992년 바르셀로나 사격)를 비롯해 복싱 세계챔피언 장정구 씨(왼쪽) 등 스포츠 봉사단이 2일 전남 고흥군 소록도에서 한센인들에게 짜장면을 나눠주고 있다. 고흥=연합뉴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원기 씨(왼쪽에서 두 번째·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레슬링), 이은철 씨(오른쪽에서 두 번째·1992년 바르셀로나 사격)를 비롯해 복싱 세계챔피언 장정구 씨(왼쪽) 등 스포츠 봉사단이 2일 전남 고흥군 소록도에서 한센인들에게 짜장면을 나눠주고 있다. 고흥=연합뉴스
2일 오전 11시경 전남 고흥군 소록도 국립소록도병원 5층 병실. 달콤한 춘장 냄새가 나는 짜장면이 배달됐다. 침대에 있던 이만오 할아버지(97)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짜장면을 먹고 나서 “맛이 금메달감”이라고 칭찬했다.

한센인들의 터전 소록도에서 이날 짜장면 파티가 열렸다. 주민 590명 모두 점심으로 짜장면을 먹었다. ‘사랑의 금메달 짜장면 잔치’로 지칭된 이날 행사는 스포츠봉사단 ‘함께하는 사람들’ 회원들이 진행했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레슬링 금메달리스트 김원기 씨(52),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 이은철 씨(45), 전 세계복싱챔피언 장정구 씨(49) 등이 이 잔치에 참여했다.

이들은 소록도 주민식당에서 직접 짜장면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배달했다. 최고 품질의 양파, 양배추, 돼지고기 등 엄선된 재료와 15년 봉사활동 노하우가 더해져 말 그대로 ‘금메달 짜장면’이었다.

소록도 주민들은 차를 타고 소록대교를 건너 4km 떨어진 도양읍까지 가야 짜장면을 먹을 수 있다. 소록도 내에 음식점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80세가 넘는 200명은 거동이 불편해 짜장면 한 그릇 먹자고 먼 거리를 이동하기도 어렵다.

김원기 씨는 “어려운 이웃과 함께 런던 올림픽에 출전한 후배들을 응원하기 위해 소록도 주민들에게 짜장면을 직접 만들어 주는 일에 참여하게 됐다”며 “소록도에 도착하자마자 후배들이 하루에 금메달을 3개나 따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김명호 국립소록도병원 원생자치회장(63)은 “금메달리스트와 세계챔피언이 만들어준 ‘금메달 짜장면’을 먹고 런던 올림픽에 출전한 대표팀 응원을 하면 한국 대표선수들이 메달을 더 많이 딸 것 같다”고 말했다.

1998년 결성된 이 모임에는 올림픽·아시아경기 메달리스트 등 스포츠인 200명과 일반회원 2000여 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매달 1∼4번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고흥=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소록도#봉사#올림픽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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