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양선 할머니, 젓갈가게로 번 23억여 원 30년간 모두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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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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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갈 할머니, 국민이 훈장 바칩니다”
■ 행안부, 국민추천포상자 24명 명단 발표

젓갈을 팔아 모은 23억여 원을 기부해 국민추천포상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게 된 류양선 할머니. 행정안전부 제공
젓갈을 팔아 모은 23억여 원을 기부해 국민추천포상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게 된 류양선 할머니. 행정안전부 제공
사회에 큰 감동을 전해줬다며 국민이 직접 추천한 사람은 누구일까.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37년간 젓갈가게를 운영하며 모두 23억9000만 원 상당을 기부한 류양선 할머니(79)가 첫손에 꼽혔다. 2001년 TV 광고에서 ‘디지털’이라는 단어를 이해하지 못하고 ‘돼지털’이라며 퉁명스럽게 받아치는 젓갈 할머니로 등장해 웃음을 주었던 류 할머니는 오전 4시부터 오후 11시까지 꼬박 일해 번 돈으로 장학금과 책을 기부해왔다. 자신을 위해서는 1000원짜리 한 장도 쓰지 못하면서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거금을 쾌척하는 할머니의 모습에 많은 사람이 ‘희망’을 보았다.

▶본보 2010년 11월 24일자 A31면
“죽을때까지 남는건 머리에 담은 지식”


류 할머니처럼 숨은 공로자에게 국민이 직접 감사의 마음을 전달한다. 행정안전부는 26일 국민이 직접 수상자를 추천하는 국민추천포상 수상자 24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류 할머니는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는다. 국민이 직접 추천한 473명 중 현지 실사와 7번에 걸친 심사를 거쳐 선정했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던 류 할머니는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다. “여자애가 무슨 공부냐”는 어른들의 타박 때문이었다. 그러나 공부에 대한 갈증은 나이가 들수록 더해졌다. 류 할머니는 자신 같은 사람이 더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1983년부터 기부를 시작했다.

1998년에는 경기 광명시의 상가와 임야 등 10억여 원에 이르는 재산을 고향인 충남의 한서대에 기증해 화제가 됐다. 올해 2월에는 한 방송사 TV 프로그램에서 ‘골든벨’을 울린 대전 대신고등학교 학생들을 위해 2500만 원 상당의 조선왕조실록 전질을 기부하기도 했다. 류 할머니는 “보답받자고 한 일도 아니고 그럴 만한 일을 하지도 않았다”고 담담히 소감을 밝혔다.


이 밖에도 기부 봉사 헌신 인명구조 고난극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묵묵히 헌신해 온 사람들이 평범한 이웃의 추천을 받아 국가로부터 포상을 받는다. ‘작은 거인’ 김해영 씨(47·여)는 척추장애 때문에 키가 134cm밖에 되지 않으면서도 아프리카 오지에서 재능기부와 봉사활동을 펼쳐 국민훈장 목련장의 주인공이 됐다. 김 씨는 보츠와나의 ‘굿 호프’ 직업학교에서 1990년부터 14년 동안 현지 주민들에게 뜨개질 기술을 전수했다.

천안함 폭침사건으로 전사한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 씨(69)는 2010년 받은 유족보상금 중 1억 원을 방위성금으로 기부해 국민포장을 받는다. 해군은 이 돈과 기존 예산을 합쳐 구매한 18정의 ‘3·26 기관총’을 초계함 9척에 나누어 배치했다.

▶본보 2011년 3월 26일자 A2면
[천안함 폭침 1년]“아들의 혼 담긴 3·26기관총, 아들같은 해군 지켜주길”


윤 씨를 포함해 △목재소를 운영하며 모은 15억 원의 재산을 장학금으로 기부한 김흥제 씨(84) △장애아동을 포함해 8명을 입양한 강수숙 씨(52) △35년간 도시빈민 등에게 무료진료를 하고 있는 고영초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장(59) △우리나라 미혼모 권익 보호에 힘써 온 미국인 리처드 보아스 씨(63) △실직자에게 보일러 기술을 전수한 이영수 씨(58) △36년간 나눔을 쉬지 않은 이진용 씨(61) △염소를 키워 모은 1억 원을 기부한 정갑연 씨(79) 등 8명이 국민포장을 받는다. 농사로 모은 1억원을 재난지역에 기부한 김재문 씨(62)는 국무총리표창을 받는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류양선#젓갈가게#국민추천포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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