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봤다! 英 시각장애 2人 전자칩 인공망막 이식에 성공

동아일보 입력 2012-05-05 03:00수정 2014-02-12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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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보기英 전자칩 인공망막 이식 성공
영국의 시각장애인 2명이 안구 안에 망막 기능을 하는 초소형 전자칩을 이식받아 시력을 되찾았다. TV 외화시리즈 ‘600만 달러의 사나이’에 등장했던 ‘생체공학 눈’이 실현된 것이다.

3일 BBC 등에 따르면 영국 옥스퍼드 안과병원과 킹스칼리지 안과병원 공동연구팀은 시력을 잃은 지 20년이 넘은 시각장애인 크리스 제임스 씨(54)와 로빈 밀러 씨(60)를 대상으로 전자칩 인공망막 이식수술에 성공했다.

망막세포가 점차 퇴행해 실명하는 희귀병 ‘망막색소변성증’을 앓았던 이들은 8시간에 걸친 수술 끝에 빛을 감지하는 한편 흑백으로 사물의 형태를 알아볼 수 있게 됐다. 제임스 씨는 “전자칩이 작동하는 순간 빛이 번쩍이며 물체 윤곽이 보였다.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며 “아직 멀리 있는 건 잘 안 보이지만 곡선과 직선은 구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이식받은 전자칩은 3mm² 크기의 얇은 사각형 칩으로, 빛을 감지하는 1500개의 감광센서로 이뤄졌다. 감광센서는 병으로 손상된 망막세포의 ‘빛 수용체’ 기능을 대신해 눈에 들어온 빛을 전기신호로 바꿔 시신경을 자극하고, 뇌로 시각정보를 전달해 물체를 인식하게 한다. 연구팀은 귀 뒤편 후두부 두피에 외부 배터리와 연결되는 자기조절장치를 심은 뒤 이를 미세한 케이블로 안구와 연결해 전자칩을 작동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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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칩 망막 이식수술 성공은 2010년 독일에서 비슷한 이식실험을 성공한 데 이어 두 번째다. 전문가들은 “이번 수술은 번거로운 보조 장치가 필요 없고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기존 인공망막 이식보다 훨씬 발전된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수술을 집도한 로버트 매클래런 옥스퍼드대 교수는 “줄기세포 등을 이용한 기존의 시력 회복 수술은 어느 정도 시력이 남아있는 시각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며 “완전히 시력을 잃은 영국 환자가 앞을 볼 수 있게 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황반변성 환자 등 노화에 따른 시력 감퇴 환자를 대상으로 전자칩 망막 이식수술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번 기술은 녹내장이나 시신경 관련 질환에는 적용할 수 없다는 제약이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국제지원단체인 ‘비전2020 UK’의 닉 애츠버리 회장은 “이번 수술은 시각장애인들이 시력을 되찾고 독립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출발점이 됐다”고 반겼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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