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에 울던 탈북청소년, 학교에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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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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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영화 최고 무술감독 정두홍씨와 꿈같은 만남

인천 남동경찰서 보안과 최현권 경사와 새터민 김명수 군, 정두홍 무술감독(왼쪽부터)이 경기 파주시의 서울액션스쿨에서 만났다. 정 감독은 김 군에게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액션배우가 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겠다고 약속했다. 파주=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인천 남동경찰서 보안과 최현권 경사와 새터민 김명수 군, 정두홍 무술감독(왼쪽부터)이 경기 파주시의 서울액션스쿨에서 만났다. 정 감독은 김 군에게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액션배우가 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겠다고 약속했다. 파주=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탈북에 성공했지만 학교폭력에 시달린 뒤 학교를 그만두고 방황하던 한 새터민 청소년의 얼굴에 모처럼 환한 웃음꽃이 피어올랐다.

20일 오후 3시 경기 파주시 탄현면 서울액션스쿨. 한국 액션영화를 대표하는 무술감독이자 영화 ‘짝패’ 등에 출연한 액션배우 정두홍 씨(46)가 수줍게 인사하는 김명수(가명·18) 군을 반갑게 맞았다.

김 군은 2006년 남한에 정착한 어머니(43)가 2008년 12월 1000만 원을 주고 고용한 브로커와 함께 북한군의 삼엄한 감시를 뚫고 얼어붙은 압록강을 건너 탈북에 성공한 뒤 이듬해 인천의 한 중학교 2학년에 편입했다. 하지만 그해 일진들의 따돌림과 집단폭력에 시달리고 인터넷게임에 빠져 무기력하게 생활하다 지난해 3월 실업계 고교를 자퇴한 뒤 방황해왔다.

▶본보 7일자 A2면 “죽음 넘어 찾은 南… 나를 맞은건 따돌림”…

이날 만남은 새터민 청소년에 대한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나선 인천 남동경찰서가 김 군의 멘토로 지정한 보안과 최현권 경사(38)의 도움으로 이뤄졌다. 김 군은 지난달 28일 음식점에서 기자와 만나 “북한에서 기계체조를 4년간 배웠기 때문에 텀블링이나 무술엔 자신이 있어 액션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 들은 최 경사가 주요 한국영화에서 무술 지도를 해온 정 씨에게 e메일을 보내 ‘김 군을 만나 용기를 북돋아 달라’고 부탁했고, 정 씨는 이를 흔쾌히 수락했다.

정 씨는 우선 자신이 운영하는 액션스쿨의 천장에 설치된 와이어와 로프 등 액션연기 연습에 필요한 시설물을 김 군에게 보여줬다. 김 군은 이 스쿨에 다니는 교육생들이 집단 난투극을 연기하는 장면에서 정 씨가 직접 무술연기를 가르치는 것도 지켜봤다.

북한 탈출 과정과 가정환경 등을 듣던 정 씨는 김 군에게 “시골서 태어난 나는 네 나이 때 아무런 꿈도 없이 방황했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러면서 “너는 액션배우가 되겠다는 분명한 인생의 목표를 세운 만큼 열심히 노력하면 반드시 꿈을 이룰 수 있다”며 자신감을 불어넣어줬다.

아쉬운 작별을 앞두고 정 씨는 김 군에게 큰 선물을 줬다. “고교 졸업장을 받아오면 액션스쿨에서 무료로 교육을 받게 한 뒤 액션배우로 데뷔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겠다”고 약속한 것. 또 방학기간에는 언제든지 액션스쿨에서 연습하라고도 했다. 김 군은 “한국을 대표하는 무술감독을 만난 것이 꿈만 같다”며 “반드시 졸업장을 받아 액션스쿨을 다시 찾을 것”이라고 했다. 학교를 자퇴한 김 군은 최 경사의 설득과 인천시교육청의 도움을 받아 21일부터 인천 인평자동차고교 2학년에 전학할 계획이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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