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신 마비 고교생, 대한민국 인재상 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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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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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급장애-가난 딛고 우수한 성적 졸업 대신고 임규헌 군

임규헌 군(오른쪽)이 주눅 들지 않도록 어머니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지낼 수 있게 끊임없이 격려했다. 22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의 인재상 시상식장. 교육과학기술부 제공
임규헌 군(오른쪽)이 주눅 들지 않도록 어머니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지낼 수 있게 끊임없이 격려했다. 22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의 인재상 시상식장. 교육과학기술부 제공
세 살이던 아이는 어머니가 빨래를 널러 간 사이에 4층 창문에서 떨어졌다. 6시간에 걸쳐 수술을 받았지만 하반신이 마비됐다. 1급 장애 판정이 나왔다. 다친 후에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고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투병생활을 시작했다.

형편이 어려웠어도 어머니 김미랑 씨(42)는 아들을 특수학교가 아니라 일반학교에 보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4, 5학년이 되자 아들은 어머니의 뜻을 알아차렸다.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을 정해놓고 책상 앞에 앉았다.

임규헌 군(18·대전 대신고 3년)은 사고로 얻은 장애로 초중고교 12년 동안 휠체어를 타고 학교를 다녔고, 이런 노력 덕분에 22일 ‘대한민국 인재상’을 받았다. 어려운 생활과 장애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생활하며 뛰어난 학업성적을 보였다는 점이 인정됐다.

임 군은 2008년과 2009년에는 두터운 교우관계로 학교에서 우정상을, 지난해에는 학력우수상을 받았다. 사춘기 시절에 휠체어를 타고 소변팩을 차고 지내야 하는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웠지만 혼자 지낼 수는 없다는 생각에 친구들에게 자주 말을 걸었다.

친구들은 그제야 “언제 다쳤느냐” “어떤 점이 불편하냐”고 물었다. 공부를 잘하는 임 군에게 모르는 내용을 묻던 친구들은 휠체어를 밀어주거나 식판을 날라주기를 자청했다. 임 군은 “친구들은 내 모습을 생각보다 불편해하지 않았다. 친구들과 선생님 그리고 어머니께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등수는 전교 10위권, 내신은 1.8등급 수준이다. 서울의 괜찮은 대학 진학이 가능하지만 미리 정해둔 목표를 위해 내년에 다시 대입에 도전하기로 했다.

임 군은 “서울대 정치외교학과에서 공부하고, 보건복지 분야 공무원으로 일해 보건복지부 장관이 되는 것이 꿈”이라며 “몸이 불편한 사람과 건강한 사람, 힘 센 사람과 약한 사람이 조화롭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날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임 군을 비롯한 100명에게 ‘2011 대한민국 인재상’을 줬다. 발명, 예체능, 학업 등 다양한 분야의 재능과 창의성, 봉사정신을 갖춘 고등학생 60명과 대학생 40명이 상을 받았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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