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영웅’ 브로드웨이에서 평화를 묻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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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개막… 윤호진 대표 “영웅담보다는 평화 메시지 던질 것”

안중근 의사 일대기를 그려 한국에서도 호평을 받은 뮤지컬 ‘영웅’이 23일부터 뉴욕 브로드웨이 무대인 링컨센터 데이비드 코드 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한국인들에게는 영웅이지만 당시 동북아 역사에 밝지 않은 외국인들이나 일본인의 시각으로는 ‘민족주의 테러리스트’로 비칠 수도 있는 안 의사 일대기가 9·11테러의 상흔을 아직 지우지 못하고 있는 뉴욕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총연출과 제작을 맡은 윤호진 에이콤인터내셔날 대표도 이를 의식한 듯 1일(현지 시간) 뉴욕 맨해튼 한국문화원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영웅담을 부각시키기보다 인류가 공존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해답을 던지고 싶다고 밝혔다.

“같은 시대를 산 안중근 의사와 이토 히로부미라는 두 인물이 역사라는 거대한 쳇바퀴 속에서 서로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묘사하면서 모두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생각할 수 있도록 연출했다. 안 의사가 옥중에서 쓴 동양평화론은 오늘날 유엔의 평화이념과 일치하기 때문에 개막일을 특별히 유엔의 날로 정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각국 유엔대사들을 초청했다.”

14년 전 같은 무대에서 ‘명성황후’를 올려 한국 뮤지컬 브로드웨이 진출이라는 꿈을 이뤘던 윤 대표는 “영웅은 명성황후 후속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작품의 첫 장면도 명성황후 시해 이후 안중근 의사가 러시아로 떠나는 장면과 오버랩되면서 시작되며 여주인공 설희역은 명성황후 역할을 8년간 맡아온 뮤지컬 배우 이상은 씨가 맡는다. 안 의사 역할의 남자주인공 정성화는 “내겐 모두 꿈만 같다. 이제 미국 공연이 성공하는 현실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뮤지컬 ‘영웅’은 최첨단 무대기술을 뉴요커들에게 선사할 예정이다. 총 3.5m 높이 실물 기차를 등장시키고 3D 영상을 이용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명성황후 때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 다시 기술감독을 맡은 척 가일스는 “명성황후도 좋았지만 영웅은 그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표는 최근 다시 불거진 독도문제로 한일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점도 언급하면서 “‘영웅’이나 ‘명성황후’가 모두 일본과 깊은 관계가 있는 작품으로 일본에서 공연하는 것이 목표다. 언젠가는 실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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