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꿈 접지말고 무지개상자에 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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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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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음악 꿈나무 지원 ‘무지개상자 오케스트라’ 오늘 창단식

12일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온누리교회에서 조익현 오케스트라 단장이 단원 이지은(가명)양에게 바이올린 연주법에 대해 조언을 해주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2일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온누리교회에서 조익현 오케스트라 단장이 단원 이지은(가명)양에게 바이올린 연주법에 대해 조언을 해주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안단테(Andante)’, ‘데크레셴도(decrescendo)’….

피아노의 저음이 가볍게 줄어든다. 지그시 이어지는 바이올린의 G#. 어두운 새벽 한 줄기 빛이 스며 나오듯 애절한 선율이 공간을 휩싼다. 엘가의 ‘사랑의 인사’.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온누리교회 성가대실에서 만난 ‘기아대책-GS샵 무지개상자 오케스트라’ 소속 이지은(가명·14) 양은 당일 선보일 독주곡을 연습하고 있었다.

18일 오후 창단 기념 연주회를 갖는 무지개상자 오케스트라는 국제구호단체인 기아대책과 후원기업인 GS샵이 손잡고 창단했다. 단원들은 2005년부터 기아대책과 GS샵이 함께 진행하고 있는 저소득층 아동 문화정서 지원사업인 ‘무지개상자’ 프로그램을 통해 악기 교육을 받고 있는 전국 700여 명 가운데 추천과 오디션을 통해 선발됐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운 이 양도 음악에 재능을 보였지만 넉넉하지 못한 집안 형편 때문에 음악의 꿈을 접어야 했던 사연이 있다. 이 양은 2008년 6월 ‘무지개상자’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부터 다시 악기를 들었다. 이날 이 양이 연습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던 어머니 김현숙(가명·40) 씨는 “애 아빠 사업이 잘 안 돼 집을 팔고 다른 곳으로 옮기는 상황이 되면서 개인레슨을 접어야 했다”며 “레슨을 못 받아 아쉬워하는 딸아이에게 ‘언젠가 다시 기회가 올 것’이라고 다독였는데 이런 좋은 기회가 생겨 기쁘다”며 웃었다. 이 양은 “사라 장 언니와 같은 바이올리니스트가 돼서 이웃집 오빠처럼 독일로 유학을 다녀오고 싶다”며 “아직 어리지만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공연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달 초 처음 한자리에 모인 35명의 아이는 지금까지 주말을 이용해 모두 세 차례 합주 연습을 했다. 이들의 악기 레슨은 음악인들로 구성된 행복나무장학재단 소속 전문 연주자들의 재능기부로 이뤄지고 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이자 행복나무장학재단을 이끌고 있는 조익현 장로회신학대 교수는 “베네수엘라의 음악교육재단인 ‘엘 시스테마’는 30년 이상 음악 활동을 통해 가난한 아이들을 구제해오고 있다”며 “엘 시스테마처럼 무지개상자 오케스트라를 발전시켜 지은이와 단원들을 ‘순수한 영혼을 가진’ 음악가로 키워내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무지개상자 오케스트라 창단식에선 이 양의 바이올린 독주와 오케스트라가 준비해온 첫 합주곡인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이 연주된다. 멘터를 자청한 행복나무재단 소속 연주자들의 축하공연도 진행된다.

무지개상자 오케스트라는 올해 연말까지 음악이론교육과 합주, 악기별 레슨을 통해 실력을 키운 뒤 올해 말 첫 정식공연을 할 계획이다. 내년엔 연주곡 음원도 판매하고, 매년 정기공연도 열어 국내외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쓰겠다는 목표도 있다. 이들을 후원하고 있는 GS샵 조성구 전무는 “경제적인 이유로 음악가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저소득층 아동들에게 희망을 주게 돼 기쁘다”며 “양질의 교육으로 아이들이 마음껏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후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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