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5명에 새 삶 주고 하늘로 간 美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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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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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외국인학교 프릴 씨 뇌사로 장기기증… 백인으로는 처음

국내에 사는 서양인이 장기를 기증해 5명이 새 삶을 얻었다.

서울성모병원은 경기 의정부의 외국인학교 교사로 일하던 미국인 교사 린다 프릴 씨(52·여·사진)가 뇌출혈로 쓰러져 뇌사 상태가 되면서 그녀의 남편이 장기를 기증했다고 25일 밝혔다. 국내에서 중국이나 필리핀 등 동양인이 아니라 백인이 장기를 기증한 것은 처음.

프릴 씨는 20일 뇌출혈로 쓰러져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에 입원했다. 외국인학교장이자 남편인 렉스 프릴 씨는 의료진에게서 뇌사 소견을 들은 뒤 다음 날인 21일 평소 고인의 뜻에 따라 장기 기증 의사를 밝혔다.

서울성모병원은 프릴 씨가 이송되자 21일 낮 12시부터 22일 오전 4시까지 장기를 빼서 환자에게 이식하는 수술을 했다. 영면 시간은 22일 오전 2시 1분.

고인의 신장은 만성 신장질환자 2명에게, 간은 환자 1명에게 이식됐다. 또 각막 2개는 2명에게 이식됐다. 조직은 화상 등의 원인으로 고통받는 환자에게 이식될 예정.

뇌사자의 장기를 기증받을 때는 가족이 동의하는 데 시간이 걸려 수술이 어려운 사례가 가끔 있지만 이번에는 가족이 장기 기증을 빨리 결정해 건강한 장기를 확보할 수 있었다. 장기를 기증받아 새 생명을 얻은 환자들은 건강 상태가 좋은 편이다.

프릴 씨 부부는 14년 전 한국에 입국해 외국인학교 교사로 재직하며 학생 교육 및 선교 사업에 힘썼다.

양철우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장은 “미국의 경우 100만 명당 35명이 장기를 기증하지만 우리나라는 100만 명당 5명에 불과해 턱없이 부족하다. 프릴 씨 가족의 값진 결정이 대한민국의 이웃에게 큰 도움이 되었으며, 생명 나눔의 숭고한 정신을 더 널리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릴 씨의 빈소는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에 마련됐다. 발인은 26일, 장지는 서울시립승화원(벽제화장장).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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