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회의실에서 열린 귀화자 국적증서 수여식에서 이귀남 법무
부 장관(왼쪽)이 10만 번째 귀화 허가자인 인도 출신 로이 알록 꾸마르 부산외국어대
교수에게 태극기와 국적증서를 전달하고 있다. 과천=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꽃이 피면 벌이 모입니다. 그러나 벌이 들어오지 않으면 열매도 맺지 않습니다. ‘우리나라’가 외국인에게 좀 더 개방적인 사회가 됐으면 합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63년 만에 10만 번째 귀화인으로 등록된 로이 알록 꾸마르 부산외국어대 교수(55·인도어과)는 24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귀화증서를 받은 뒤 이렇게 말했다.
로이 교수는 1979년 인도 델리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1980년 정부 초청 장학생으로 한국을 찾았다. 한국인과 결혼해 두 딸을 두었으며 1985년 서울대에서 외교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1989년 부산외국어대 교수로 부임한 그가 31년 만에 한국인이 된 것이다.
한국은 그에게 제2의 조국이지만 섣불리 귀화를 결정하지 못했다. 인도 국적을 포기해야 하는 데다 외국인에게 배타적인 문화 때문이었다. 그는 부산발전연구원 자문위원, 부산일보 독자위원 등으로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지만 외국인이란 이유로 연구 프로젝트를 주도할 수 없었고 지원금을 받기 어려웠다. 그는 “한국의 담을 넘어 마당까지는 들어왔는데 ‘안방 열쇠’를 차지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제가 귀화에 성공한 것은 한국 사회가 선진화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그는 최인훈의 ‘광장’을 힌디어로 번역해 2005년 출간하는 등 한국을 인도에 알리는 데 힘써 왔다. 앞으로는 인도를 한국에 널리 알리는 데 주력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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