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여의사 이수정 씨, 한국 의사 시험 합격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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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 탈북 끝 南으로… 5년공부 성공, 기쁨 함께할 가족 옆에 없어 눈물만”

“합격 통지를 받고 너무 기뻐서 남한의 지인들에게 감사 전화를 했어요. 그리고 집에서 혼자 밥을 먹는데 정작 이 기쁜 소식을 함께 나눠야 할 가족이 옆에 없다는 생각에 하염없이 눈물이 났어요.”

탈북 의사 이수정 씨(36·가명)는 18일 꿈에도 그리던 한국 의사 자격시험 합격통지서를 받아 들고 기쁨과 슬픔이 한없이 교차되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켜야 했다. 이 씨는 북한에서 3년 동안 의사로 일하다 2005년 탈북에 성공했다. 한국에 온 그는 2007년 재외국민특별전형으로 가톨릭대 의대에 편입학한 뒤 5년 동안 ‘대한민국 의사’가 되는 일에 전념해 왔다. ‘합격통지서’는 값진 성과였다.

북한과 남한의 의사자격증을 동시에 거머쥔 이 씨는 19일 기자와 만나 험난했던 탈북 과정을 털어놓았다.

이 씨는 세 번의 탈북 시도 끝에 2005년 한국 땅을 밟았다. 2003년 첫 번째 탈출을 시도했지만 중국 공안에 잡혀 북송됐다. 2004년 다시 탈북에 실패해 북송된 뒤에는 수용소에서 총살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두려움에 떨기도 했다.

그가 수용소를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의사라는 직업 때문이었다. 북송된 탈북자 수용소는 좁은 공간에 수많은 사람을 집어넣기 때문에 여름에는 질식하는 이가 많았다. 그는 정신을 잃고 쓰러진 사람들을 응급 처치해 살려낸 공로를 인정받아 풀려났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목숨을 건 탈출에 성공한 그는 주몽골 한국대사관을 거쳐 자유의 몸이 됐다.

이 씨는 지난해 11월 발생한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해 “고향에 대한 모든 측은지심이 바닥났다”며 “남북 의료시스템 모두를 경험한 의사로서 ‘통일 한국’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최고야 인턴기자 고려대 심리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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