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 벤치 지키며 3년 따라하니 코트서면 왕언니들 닮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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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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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민 전주원 하은주 최윤아 등 전현직 여자농구 국가대표가 즐비한 신한은행은 새파란 후배들이 성장하기엔 좋으면서 나쁘다. 자기 관리가 철저하고 ‘기가 센 왕언니들’ 때문에 후배가 파고들 여지가 없는 게 단점이지만 좋은 교과서가 되기 때문이다.》

■ ‘신한은행의 단비’가 된 프로 4년차 김단비

○ 내 이름은 김단비


지난해까지 호화군단 신한은
행에서 식스맨으로 뛰며 큰 주
목을 받지 못하던 김단비가 올
시즌 최고의 기대주로 떠올랐
다. 지난 시즌 평균 6.9점에
머물렀던 공격력이 19일 현재
16.3점으로 껑충 뛰며 득점
2위에 올랐다. 신한은행의 홈
인 경기 안산시 와동체육관에
서 포즈를 취한 김단비.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지난해까지 호화군단 신한은 행에서 식스맨으로 뛰며 큰 주 목을 받지 못하던 김단비가 올 시즌 최고의 기대주로 떠올랐 다. 지난 시즌 평균 6.9점에 머물렀던 공격력이 19일 현재 16.3점으로 껑충 뛰며 득점 2위에 올랐다. 신한은행의 홈 인 경기 안산시 와동체육관에 서 포즈를 취한 김단비.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프로 4년차 포워드 김단비(21·180cm)가 딱 그런 경우다. 지난 시즌 평균 6.91점을 올렸던 평범한 ‘식스맨’이 올 시즌엔 19일 현재 평균 16.3점으로 득점 부문 2위. 최근 신세계 김정은(평균 18.1점)에게 득점 1위 자리를 넘겨주기는 했지만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다.

“갑자기 실력이 는 것은 아니에요. 지난 3년간 벤치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많이 보고 배웠거든요. 언니들 플레이를 보고 따라하니까 시행착오도 별로 없었어요.”

김단비는 인천 명신여고를 졸업한 뒤 2008년 신인 드래프트 2순위로 금호생명(현 KDB생명)에 지명됐지만 입단 이전 트레이드가 돼 신한은행으로 갔다. 4년째인 올해 평균 33분 22초를 뛰는 어엿한 주전이 됐다. 시즌 전 전주원 최윤아 하은주 등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특히 정선민이 시즌 개막전에서 골반 부위를 크게 다친 게 기회였다. “주포인 선민 언니를 대신한다는 생각을 하니까 득점도 더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 좋아하는 별명은 ‘코비’

이름 덕분에 별명도 많다. 달지 않고 쓰다고 ‘쓴비’, 좀비처럼 끈질긴 근성을 가지라고 ‘좀비’. 코트에만 서면 얼어버린다고 임달식 감독이 지어준 ‘동태’. 그중 가장 좋아하는 별명은 ‘코비’다. “원래 코가 크다고 한 선배가 붙여준 건데 전 미국 농구스타 코비 브라이언트의 이름과 같아 마음에 들어요.”

큰 코엔 아픈 사연이 있다. 부일여중 2학년 때 상대 선수의 팔꿈치에 맞아 코뼈가 주저앉았다. 그 후 코 모양과 상태가 계속 좋지 않았다. 지난해 4월 코 안에 실리콘을 넣어 보강하는 수술을 받으면서 튼튼한 코를 얻게 됐단다.

○ 단비는 욕심쟁이

그는 내성적이고 스트레스도 속으로 삭이는 성격이다. 느긋해 보이는 이미지와 속내가 달라 마음고생도 많이 했다. 안산 숙소를 찾아간 이달 초에도 김단비는 스트레스성 장염으로 밥을 못 먹어 핼쑥했다. 원인은 3일 신세계와의 경기에서 올 시즌 최저인 3득점에 그친 데 있다. “너무 속상해 기록지도 안 봤어요. 생각이 많아지면 슬럼프가 오니까 아예 생각 안 하려고요.”

김단비는 “공격만 잘하는 선수보다 수비도 잘하고 동료에게 찬스도 많이 만들어주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수비를 잘하려면 위치 선정 능력, 어시스트를 잘하려면 넓은 시야가 중요해요.”

올 시즌 득점과 리바운드(6.1개), 어시스트(2.7개)까지 제몫을 하고 있는 그는 벌써 ‘단비’ 같은 존재가 됐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김단비 프로필

△1990년 2월 27일생 △키 180cm, 몸무게 비공개 △출신교=산곡북초-부일여중-명신여고 △포지션=포워드 △닮고 싶은 선수=신한은행 정선민 △취미=드라마 시청 △2007년 신한은행 입단 △올 시즌 성적=평균 16.3점, 6.1리바운드, 2.7어시스트 △주요 경력=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 은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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