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태현 “시나리오 읽고 눈물 ‘펑펑’ 관객에게도 감동 전달됐으면”

  • Array
  • 입력 2010년 12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 김영탁 감독 데뷔작 ‘헬로우 고스트’ 주연 차태현

“결혼해서 아빠가 되지 못했다면 아직도 교복만 입고 있었을지 모르죠.” ‘헬로우 고스트’ 주연을 맡은 차태현은 “아내와 아들이 내 연기생명을 구해준 셈”이라고 말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결혼해서 아빠가 되지 못했다면 아직도 교복만 입고 있었을지 모르죠.” ‘헬로우 고스트’ 주연을 맡은 차태현은 “아내와 아들이 내 연기생명을 구해준 셈”이라고 말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요령부득의 프러포즈는 우스운 만큼 사랑스럽다. 순수한 첫 마음이 날것으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22일 개봉하는 김영탁 감독의 데뷔작 ‘헬로우 고스트’(12세 이상)는 어설픈 뒤죽박죽 프러포즈를 닮은 영화. 11일 오전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주연 차태현은 “데뷔하는 감독들과 여러 번 작업을 해봤지만 이번엔 유난히 더 걱정이 됐다. 애써 찍고 편집 때 잘라낸 분량이 만만찮다. 이야기에 대한 감독의 애정이 워낙 강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결말에 숨겨진 ‘한 방’이 커다란 결함을 넉넉히 감싸주는, 특이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시나리오 받아 봤을 때도 중간에는 지루해서 졸았어요. 하하. 그러다 결말 읽고 나서는 한참 엎드려 정신 놓고 울었습니다. 시사회 날 저녁 술자리에서 장혁이랑 홍경민이 ‘DVD 좀 구해 달라’고 부탁하더라고요. 우울할 때 위로 삼아 보겠다고.”

상만(차태현)은 자살을 열망하는 백수다. 직장에서 잘린 뒤 살아갈 의욕을 잃은 그는 수면제 한 통을 삼키고 실려간 병원에서 귀신 넷을 만난다. “귀신을 물리치려면 그들의 소원을 하나씩 들어줘야 한다”고 조언하는 무당. ‘카메라를 찾아 달라’ ‘손님에게 식사를 대접해라’ ‘만화영화를 보여 달라’는 소원을 하나씩 들어주면서 상만은 차츰 삶의 즐거움을 되찾는다.

“상투적인 이야기죠. 그런데도 출연을 결정하는 데 망설여지지 않았어요. 만듦새에 대해 그다지 좋지 않은 평이 나온 것도 읽었지만 관객은 진심을 알아줄 거라 믿습니다. 2년 전 ‘과속 스캔들’의 기억이 아직 남아있어서인지 코미디 영화로만 알려지고 있던데…. 개인적으로는 아쉬워요. 감동의 코드가 뚜렷한 드라마라 이해하고 참여한 작품이니까요.”

군데군데 툭툭 끊어지면서 위태롭게 이어지는 이야기를 버텨내는 것은 차태현의 연기다. 어떤 작품에서나 그리 특별할 것 없으면서도 묘하게 눈과 귀를 붙잡는 그의 편안한 매력은 여전히 힘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2001년 ‘엽기적인 그녀’로 대중에게 각인시킨 ‘어수룩한 순진남’ 이미지를 서른네 살 애아버지가 안이하게 반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올 만하다. 그는 “뼈를 깎고 피를 토하는 변신을 해본 적이야 없지만 나도 노력하면서 살고 있는데, 억울하다”며 웃었다.

“전형적인 ‘소심한 A형’이에요. 티내는 것 싫어하고 시나리오 연구나 연기 연습은 남 안 보는 데 혼자 숨어서 하죠. 저도 이게 일생을 건 직업인데, 늘 나름대로 변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원래 있던 이미지만 편하게 내놓으면 되는 작품 제안을 거절한 적도 있고요. 최근 개봉했는데 대박 터져서 속 좀 쓰리긴 했지만요. 하하.”

세 살배기 아들을 둔 가장이지만 주름 하나 없는 얼굴. 머리만 짧게 밀면 여전히 고등학교 교복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차태현은 “배우가 아니라면 축복이겠지만,(웃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려 보이는 게 정말 콤플렉스였다. 이제는 조급함 없이 느긋이 기다릴 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비(정지훈) 보면 ‘아, 저렇게 해야 성공하는구나’ 싶다가도 ‘에이, 내가 초콜릿복근 만든다고 할리우드에서 불러주겠어?’ 하고 말아요. 하하. ‘그렇게 하면 행복할까’ 싶기도 하고. 전 지금 아무 부족함 없이 행복해요. 변신? 그건 배우 혼자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죠.”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영화 `헬로우 고스트` 60초 스페셜 영상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